제145회_뉴미디어부문_살고 싶어서 자해합니다_ SBS 이혜미 기자

하고 많은 주제 중에 굳이 자해여야 했던 이유
 
의혹 가득한 첩보를 입수했다거나 얘기 되는 제보를 받았더라면 취재후기가 좀 더 풍성할 텐데, 청소년 자해를 취재하게 된 동기는 아주 개인적이며 소소합니다. 호기심에 상담 공부를 시작해 청소년 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된 제가 상담을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청소년의 자해였습니다. 지난해 봄에 열린 한국상담심리학회 심포지엄의 주제도 ‘청소년 자해 상담’이었고요, 단언컨대 자해는 현재 청소년을 둘러싼 이슈 가운데 가장 뜨겁고 해결이 시급한 주제입니다.
 

  • 애들은 다 하는데, 어른들만 몰라요

제가 청소년기를 보낸 90년대에도 자해는 존재했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 손목에서 커터로 그은 흔적을 본 기억이 생생하고요, 팔목에 담뱃빵 한 흔적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시엔 그런 행동이 일반적이진 않아서 소위 좀 논다는 친구들이 세 보이려고 하는 일탈 행동쯤으로 자해를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 말로 ‘관종’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최근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릅니다. 일단 자해하는 아이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노는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평범한 아이 구분할 것 없이 너도나도 자해를 합니다. 이 아이들이 다 관종은 아니겠죠. 자해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이유나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해하는 방법도 나날이 발전해 기상천외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응급실에 가는 아이들도 많아졌고요.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취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섭외만 한 달.. 기다릴 수밖에

모든 취재가 그러하지만 취재 과정 중 가장 큰 난관은 사례자 섭외였습니다. 상담심리사 수 천 명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섭외에 도움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장이 딱 두 개 왔습니다. 답장을 보내준 상담자 선생님들은 기획의도에 매우 공감하고 취재를 응원하지만 직접 사례자를 연결해주는 건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잡은 뒤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약속을 잡아놓고 잠수를 타버리는 아이, KTX 표를 끊어 놓고 만나러 가려는데 갑자기 못나오겠다고 버티며 애를 태운 아이도 있었습니다.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들의 특징이었죠. 미성년자 취재라 부모님의 촬영 동의가 필요했는데, 촬영을 마친 이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자녀의 영상을 내보내지 말라고 거듭 압박(?)하는 어머니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건 기다림 뿐. 설득과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 살고 싶은 아이들이 자해를 멈출 수 있도록

비디오머그 콘텐츠를 보면 10대 독자들이 댓글을 많이 남깁니다. 장난스런 댓글을 다는 아이들의 마음도 댓글처럼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비디오머그팀이 만든 청소년 자해 3부작이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자해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감정을 표출할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