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회 기획보도부문_기초학력 안전망 실태 연속보도_EBS 서현아 기자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등교수업을 제대로 못 한지 반년을 넘었습니다. 학교의존도가 높았던,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더 가혹한 시간이었습니다. 전국의 언론사가 매일같이 학력 격차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그때마다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새 학기가 시작된 뒤, 교육부와 산하 연구기관, 17개 시도교육청 상황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 벌어진 격차는 어느 수준인지, 기본적인 데이터도 없었습니다.
절망했습니다. 나는 기자로서, 그동안 무엇을 했던 걸까. 모두가 문제를 지적하는데, 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까. 취재는 그렇게, 깊은 좌절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럼 생명과 기초학력을 바꿔야 하나요?”
우리가 직접 해 보자고 의기투합 했습니다. 전국 1,8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설문조사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초중고등학생 28%가 원격수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초학력 미달 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큰 학생도 정부의 지난해 집계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보도의 초점을 ‘기초학력’에 맞추기로 했습니다. 가장 기본의 교육권, 이 하한선이 흔들리고 있는 현상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취재는 힘들었습니다. 일단 데이터가 부족했습니다. 사교육과 입시, 영재교육에 대한 자료는 많았지만, 기초학력에 대한 데이터는 기본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기초학력’에 위기를 겪는 계층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입니다. 요구와 목소리가 조직돼 있지 않습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반발도 나왔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생명과 기초학력을 바꿔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안전과 건강을 지원하자는 주장은 당연하지만,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제안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 학생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돼왔는지, 여실히 느꼈습니다.
 
가장 기본의 교육권 ‥ 우리 사회의 책무
우리가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초학력 안전망의 허점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해외사례와 비교해 국제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국가 기초학력 지원센터’의 운영 계획을 단독 입수해,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취약계층이 느끼는 안전망 실태를 구체적으로 듣고, 평범한 학생들이 체감하는 기초학력 안전망을 학생 본인의 시각과 목소리로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시작된 의미 있는 시도들을 찾아내, 사회적 확대도 촉구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실태조사가 시작됐고, 후속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기본의 교육권, ‘기초학력’ 문제를 사회 의제화할 수 있었다는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는 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초학력도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필수요소라고 보고,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어려울수록, 앞으로 나가야 할수록, 기본을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보도가 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기를 바랍니다.
취재기자 7명이라는 초소형 인력으로 뉴스를 운영하는 가운데서도 연속보도의 기회를 주신 EBS 뉴스팀과 만만찮은 취재 과정을 끝까지 함께해준, 서진석 기자에게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