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회 경제보도부문_ 불합리한 고급주택 과세기준 연속보도_MBC 김세로 기자

회장님 댁 ‘전시장’…불합리한 고급주택 기준
 
숨겨진 전시장의 존재가 드러난 건 한 단독주택 담장에 내걸린 플래카드 때문이었습니다. “공사비를 지급하라”며 공사업체가 집 주인을 상대로 1년 넘게 유치권 행사 중이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공사가 늦어 손해를 봤다고 집주인이 고소하자 업체가 맞고소했다는 겁니다.
 
특이한 건 집 안에 전시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적 다툼의 발단도 전시장이었습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세금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단독주택 면적이 331제곱미터가 넘고 공시가격 6억 원, 건축물가액이 9천만 원 이상이면 원래 내야할 취득세율에 8%P를 더 내야 하는데, 전시장이 있으면 전체 면적에서 전시장 면적이 빠지기 때문에 세금을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전시장 주택이 유독 많은 자치구에서도 ‘실제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전시장이 있는 주택을 찾기 위해 서울시내 단독주택 건축물 대장을 모조리 훑어야 했습니다. ‘전시장’ ‘박물관’ ‘기념관’ 등으로 허가받거나 이들의 상위 개념인 ‘문화 및 집회시설’로 등재된 건물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뒤엔 면적이 고급주택의 기준에 해당하는 331제곱미터가 넘는지, 공시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건축물 가액 조건은 만족하는지 하나하나 따져야 했고, 지자체의 점검이나 단속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습니다. 취재에만 꼬박 두 달 이상이 걸렸습니다.
 
‘세무서 직원도 놀라..’ 공동주택 조세왜곡 현상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빌라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도 면적과 가격기준을 초과하면 고급주택으로 분류돼 무거운 세금이 붙습니다. 그런데 고급주택 여부를 결정하는 게 사실상 면적이다 보니 집값은 비싼데도 면적기준에서 조금만 미달하면 고급주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문제는 저가주택의 취득세율이 고가주택보다 높은 조세왜곡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취재팀은 2015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와 빌라 매매 내역 55만 3천 건을 전부 추적해 ‘거래 가격이 가장 높지만 고급주택이 아닌 경우’, 반대로 ‘거래가격이 가장 낮지만 고급주택으로 분류된 경우’ 등을 취재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한남동의 수십억짜리 공동주택은 면적기준에 1제곱미터 정도를 미달해 3%의 취득세를 낸 반면, 공시가격 9억 원을 조금 넘긴 서울 서초동의 한 빌라는 8%P가 중과돼 11%의 취득세를 냈습니다. 가격이 낮은 주택의 세율이 고가주택보다 무거웠던 겁니다.
 
MBC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는 불합리한 고급주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행안부는 고급주택의 공시가격 기준을 조정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국토교통부도 여러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는 주택 내 전시장은 ‘문화 및 집회시설’이 아니며 승인 취소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에 보냈고 지자체가 전시장 주택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