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회_ 지역 기획보도부문_공존의 조건_제주MBC 박주연 기자

갈등의 섬으로 전락한 제주도, 이대로는 안 된다
 
제주지역에 가장 큰 갈등의 상처를 남긴 사업은 제주해군기지였다. 10년 전쯤에는 거의 매일 집회나 기자회견이 있었고,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로 경찰이 내려오면서 부터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 주민과 활동가들이 연행되는 일들이 많아졌으며 전과자가 양산됐다. 그리고 몇 년 뒤 제2공항이라는 또 다른 국책사업이 등장하더니 제주해군기지와 같은 양상으로 보이며 주민 간 찬반 갈등이 빚어지고 강정마을처럼 공동체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갈등으로 피해를 입는 주민들을 취재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인한 갈등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취재하고 보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제주가 투자 가치 높은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개발 사업을 둘러싼 찬·반 갈등으로 마을이 두 동강 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 협약 습지도시로 선정된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조천읍 선흘 2리 마을은 동물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마을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제주는 들끓는 용광로처럼 갈등의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에는 갈등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없다. 갈등을 전문적으로 해결할 전담부서도 없으며 갈등관리 담당 공무원은 고작 1명이다. 갈등 해결 시스템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는지 취재하고 대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옴니버스식 구성 휴먼 다큐섭외가 팔 할
 
이번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갈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다. 기획 당시 ‘갈등’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동안 갈등을 다루었던 방식으로는 갈등의 본질적인 측면까지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결정한 것이 옴니버스식 구성이었다. 갈등으로 상처받은 우리 이웃이 직접 자신의 삶을 통해 갈등의 원인과 상처,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이 갈등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며 시청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제주의 가장 큰 갈등 사안으로 꼽히는 제2공항과 제주해군기지의 지역 주민과 제주도의 갈등해결 시스템 부재가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인 공무원, 또 갈등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갈등 조정가가 주인공이 돼야한다고 생각했다.
사전 취재 후 네 명의 주인공을 선정해 섭외 작업에 나섰지만 처음에는 모두 거절했다. 누구도 갈등의 주인공이 되기를 꺼려했다. 특히 방송에 나와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 십 차례 만나서 기획 의도를 설명했고, 끈질긴 설득 끝에 섭외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섭외작업에 공을 들인 결과,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10여 년 동안 하면서 전과 9범이 되고 불면증과 알코올 의존증까지 겪는 김종환씨 사례를 통해 갈등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갈등 트라우마가 얼마나 한 개인의 삶을 잠식할 수 있는지, 갈등 해결이 왜 중요한지 이유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제주형 갈등 해결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번 다큐멘터리에 주인공으로 출연해주신 김현지씨, 김종환씨, 전경선씨, 주건일씨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