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회 기획보도부문_ 시사기획창 코로나19 요양병원, 감시받지 못한 약물_KBS 홍혜림 기자

요양병원 노인들은 왜 잠만 잘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며 KBS 보도본부에도 피해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대부분 면회금지 기간 부모님을 못 뵌 사이 욕창이 심각해졌거나, 예고 없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보호자들이 면회를 갈 수 없으니 ‘돌봄 공백’이 있지 않을까, 5월부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취재진 진입이 금지돼 있어 간병인을 섭외해 요양병원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요양병원 실태는 생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병실에 나란히 누워있는 노인 7명. 낮 시간인데도 다들 자고 있었습니다. 깨어나서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노인에게는 ‘영양제’라 불리는 의문의 수액이 투약됐고, 이후 노인이 조용히 잠드는 장면이 KBS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공포스러웠습니다.
 
항정신병제로 노인행동 통제 화학적 구속만연
미국에서는 이미 요양시설 노인들에게 투약된 항정신병제가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환자의 행동을 약물로 통제하는 이른바 ‘화학적 구속'(Chemical Restraint)입니다. 미국 자료와 KBS 카메라에 포착된 투약 후 잠드는 요양병원 노인들이 굉장히 유사했습니다. 항정신병제 투약 후 정신없이 자는 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노인 환자, 특히 치매 노인들에게 투약하면 사망률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경고한 19가지 항정신병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더 파헤쳐 보기로 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한 달 넘게 자료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통해 국내 언론 최초로 자료를 입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분석 결과, 요양병원 1천 3백여 개에서 한 달 평균 233만여 개의 약물들을 처방하고 있었습니다. 항정신병제 투약 목적에 맞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는 평균 2,457명으로 전체 처방환자의 3.7%에 불과했습니다. 90% 넘는 대다수 투약은 치매환자와 ‘일반 환자들’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평균 처방량보다 코로나로 면회가 금지된 3월과 4월 평균 처방량은 7.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가 가도 괜찮은 요양병원 존엄한 노후 고민해야
KBS 보도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방송에 나왔던 ‘약 먹고 잠자는 노인’이 바로 내 부모님이다”라는 절절한 호소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문제 약물목록을 올리고, 노인 주의 약물 지표를 만들어 항정신병제를 과다하게 처방하는 요양병원들을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역시 의학적 판단에 의해 처방이 내려지고 있지만, 면밀히 조사해 과용되는 측면이 있다면 줄여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나이가 들어 늙고 아픈 건 누구나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요양병원의 ‘불편한 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말 그대로 요양을 위해 병원에 갔는데, 정신병약을 한 움큼 먹고 누워만 있다면 육신의 감옥에 갇힌 절망적인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의 노년이 조금 더 건강하고 평온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끔 불필요한 항정신병제 처방을 줄여야 합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만 약 20만 명. 그 가족들까지 추산하면 100만 명에 달합니다. ‘내가 가도 괜찮은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체계를 바꿔야 할지 숙고하고, 존엄한 노후를 위해 추가해야 하는 재정은 얼마나 되는지 진지한 사회적 대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