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회 지역뉴스부문_돌고 도는 폐기물, 불법 고리 추적_KBS전주 오정현 기자

돌고 도는 폐기물…‘불법의 고리를 쫓아서
 
큰불
굉장히 큰불이었습니다. 군산에 있는 한 공장은 6월 어느 늦은 밤부터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길로 일주일 내 타고 또 탔습니다. 불이 꺼진 뒤 광경은 더 굉장했습니다. 화마의 먹잇감이 된 건 공장 가득 쌓인 ‘쓰레기 산’이었는데, 그런 건 처음 봤습니다. 불을 취재하러 갔다가, 사건을 대하는 관점을 옮겼습니다. ‘이 폐기물들은 대체 뭐고, 어디서 온 거야’ 원초적 궁금증이었습니다.
 
도주
공장을 빌린 사림이 궁금한 건 당연했습니다. 남의 공장을 폐기물 불법 투기장으로 만든 사람이니까. ‘김 부장’ 그는 그냥 대포폰 쓰는 40대 남자였습니다. 이보다 자세한 정보값을 취감할 수 없었던 건 그가 도주해서입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그를 추적했습니다. 취재 처음 던진 ‘왜, 어디서’를 탐사하려면 아무래도 투기범이 붙잡혀야 했습니다. 저희도 ‘김 부장’을 쫓았습니다.
 
추적
“광주라더라” 한 마디에, “충북 진천이라더라” 한 마디에, 저희는 그곳에 카메라를 댔습니다. 그러다 불이 난 군산의 그것과 똑 닮은 공장에서, 같은 일, 폐기물 불법 투기가 벌어진 걸 알았습니다. 공장 주인은 “제조업 한다는 사람한테 공장을 내줬다가 이래 됐다. 한바탕 호통쳤더니 만나서 얘기하자더라. 그래서 신고는 안 했다.”라고 합니다. 제조업 한다고 거짓말한 사람, 주인도 모르게 폐기물 3천 톤을 쌓은 사람, 공장을 빌린 사람은 저희가 쫓던 ‘김 부장’이었습니다.
 
고리
‘김 부장’은 그렇게 수갑을 찼습니다. 브로커가 떼온 폐기물을 빌린 공장에 쌓다가 달아나는 일을 계속했다는데, 결국 그는 ‘바지’였습니다. 일단 고리 하나는 밝혀진 셈이지만, ‘바지’만 잡고 말 일은 아니었습니다. 브로커에겐 누가 폐기물을 넘겼을까, 알아내야 했습니다. 폐기물을 실어 나른 트럭이 오간 곳을 따졌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폐기물 원래 주인, 5개 폐기물 처리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들은 브로커가 들이민 ‘싼값’에 알고도 모르는 척 양심과 함께 쓰레기를 넘겼습니다. 폐기물을 넘기고 넘기며 불법으로 얽힌 ‘고리’가 하나 더 드러났습니다.
 
끝판왕
그간 대한민국은 잘 먹고, 잘 살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잘 만들고, 잘 쓰는 데만 골몰했나 봅니다. 잘 버리는 것 따윈 고민이 없었고, 그 틈에 쓰레기의 역습은 시작됐습니다. 된통 당하지 않으려면 진열을 잘 정비해야 합니다. 없는 제도를 꾸리고, 있는 제도의 허점을 메우는 일, 나라가 할 일인데 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어느 정도 기사로 다뤘지만, 아직 안 끝났습니다. 폐기물 불법 고리 ‘끝판왕’을 마저 쫓아보겠습니다.
 
보도국 선후배들께 감사합니다. 고리 위 고리, 그 옆에 또 고리. 이면지에 선 죽죽 그어가며 가열하게 머리를 맞대준 안태성 선배께는 특히 경의를 표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