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회 지역뉴스부문_대학병원 의료사고 은폐 의혹… 수술실 CCTV 재점화 심층 연속보도_KBS창원 이형관 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잘 알고 지내던 취재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안부 인사를 간단히 건넨 뒤, 지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건강했던 6살 남자아이가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끝내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편도 제거는 맹장 수술만큼이나 흔한 수술로 알려졌다. 수술 받은 곳은 동네 병원이 아닌 대학 병원이었다. 그날,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유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의료사고를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해했다. 수술실 CCTV도 없는 데다, 당시 의료행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자료 등을 병원 측이 가지고 있어서다. 의료사고 과실 입증 책임은 환자 측에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는 슬픔과 답답함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숨진 아이의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사실 확인이 우선이었다. 수술 당시부터 입원과 퇴원 등 아이 죽음을 둘러싼 모든 과정을 살펴봤다. 유족과 119구급대원, 병원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하고, 당시 의무기록지와 구급기록지 등을 입수했다. 취재 자료를 토대로 육하원칙에 맞춰 사건 내용을 정리했다.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취재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술 난이도와 부작용, 사망률 등 의학지식이나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지만, 의사들은 취재진과의 만남 자체를 꺼렸다.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며 취재를 만류하거나, 환자 한 명 없는 병원에서 바쁘다며 취재진을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지역 의사들로부터 비공개 자문을 받았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의사 3명을 추가 섭외했고, 각종 의학 논문도 찾아봤다. 취재진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데, 병원 측 행위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이의 죽음이 말하는 것
편도제거 수술로 숨진 안타까운 죽음. 아이의 사연은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적 차원을 넘어 대학병원이라는 ‘의료 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엄격히 관리돼야 할 의무기록지가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등 의료 사고의 원인이 은폐될 수 있다는 점과 중증이거나 1초가 급한 응급환자를 수용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가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등 지역응급의료체계에 구멍이 났다는 점, 의료 분쟁시 수많은 환자들은 한없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그렇다.
 
아직, 마음이 무겁다
보도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해당 사건은 지방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 중이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아직 마음이 무겁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수사결과 등을 토대로 보도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병원 측 부조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여 수박 겉핥기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