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회 기획보도부문_스트레이트_국회의원과 부동산 연속보도_MBC 박진준 기자

‘이해충돌’ 화두를 던지다..
 
박덕흠 의원에 대한 취재는 짤막한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쟁이 치열해 한 번 따내기도 어렵다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를 박 의원의 가족 회사들이 번번이 따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박 의원에 대한 이 짧은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공공기관 발주 공사들의 수주 내역 자료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현역 국회의원과 관련된 자료라서인지, 누구도 쉽게 자료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어렵게 서울시와 국토부 산하 철도시설공단, 두 곳의 자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박덕흠 의원 가족 회사가 서울시 한 곳에서만 수주한 공사가 430억 원에 달했습니다. 모두 박 의원이 국토교통위원과 행정안전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따낸 공사들 입니다. 서울시는 이들 위원회의 피감기관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관의 공사 발주는 공개경쟁입찰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공개경쟁이니 투명한 절차에 따라 수주가 이뤄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 의원의 가족회사가 따낸 모든 공사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공사의 경우 박 의원의 아들 회사가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아예 특정한 신기술을 쓰라고 맞춤형 발주를 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그 시기 국회 속기록을 뒤져 보니, 공교롭게도 박 의원이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신기술을 더 많이 쓰라”고 압박한 발언도 발견됐습니다. 바로 상임위 활동이 가족 회사의 이익에 밀접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지점이었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이해충돌?
 
저희가 보도한 집값 폭등 문제도 이해충돌 문제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책임을 따지는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저희는 그 답을 2014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 속기록에서 찾았습니다. 이날은 부동산 3법, 이른바 재건축 특혜3법으로 불리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3년 더 유예, 재건축 조합원 최대 3주택까지 수분양 허용’..결국 이 법이 통과되면서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합니다. 이 법을 찬성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찬성한 것일까?
 
그 답을 얻기 위해 3법 모두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뽑아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3법 모두 찬성표를 던진 국회의원 127명 가운데 21명이 강남 3구에 재건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집값 폭등의 직접 수혜를 보는 강남 아파트 소유자는 49명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주호영 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였습니다. 법 통과 후, 주 원내대표는 6년 사이에 23억 원의 아파트 시사차익을 얻었습니다. 거기다 재건축 3법의 특혜로 주 원내대표는 새 아파트를 두 채 분양받게 되고, 그렇게 얻은 초과이익도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됩니다. 자기 손으로 통과시킨 법으로, 막대한 잠재적 차익을 거둔 겁니다. 국회의원이 자기가 소유한 재건축 아파트에 큰 혜택을 주는 법안에 자기가 찬성표를 던진다? 전형적인 이해충돌 사안인 겁니다.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 다시 시작되다
 
박덕흠 의원의 보도가 나간 후, 사회적 파장은 컸습니다. 박 의원의 가족회사가 피감기관에서 수주한 공사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여러 시민단체가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법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공직자, 특히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점입니다. 얼마 전 권익위에서 20대 국회에서 사장됐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국회 여야 모두 진지한 자세로 고민하겠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회가, 시민들이 바라는 청렴한 국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