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회 기획보도부문_극우 유튜버들의 상상초월 슈퍼챗 돈벌이_MBC 이지선 기자

가짜뉴스와 혐오정치적 신념조차 상실한 돈벌이 수단
지난 5월, 탐사기획 <스트레이트>팀에 새로 합류하자마자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이 가짜뉴스에 대한 기획이었어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병들게 하는 수많은 가짜뉴스들…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사례 중심의 단편적 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죠. 꽤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는데, 취재부서에서 2분 리포트에 담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사회적 병리현상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스트레이트>에 오게 됐고, 고민할 것도 없이 제 첫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첫 접근은 가짜뉴스에 붙는 광고로 시작했어요. 구글의 ‘노란딱지’ 제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막말, 혐오, 가짜뉴스 영상에 여전히 대기업들의 광고가 줄줄이 붙고 있었고, 해당 유튜버들의 돈줄이 되고 있었죠. 이를 증명하는 빅데이터 전문업체의 통계 자료도 단독으로 입수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유튜버들의 광고수익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정확히 계산해낼 수 없다는 현실이었어요. 구글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복잡한 수익 알고리즘 탓이었죠. 아직 갈 길이 먼데, 막막했지요.
그러다 슈퍼챗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노란딱지’로 광고수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 정치 유튜버들이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인 ‘슈퍼챗’을 이용해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당장 유명 유튜버들의 방송을 찾아봤고, 실제로 가짜뉴스에 상당한 규모의 슈퍼챗이 ‘터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충격이었죠. 이건 꼭 다뤄야해!” 취재의 무게중심은 ‘슈퍼챗’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당초 기획했던 것 외에 추가로 방대한 양의 취재가 이뤄지게 됐죠.
취재를 할 때 집중해서 한 우물을 파다보면 운 좋게 귀인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취재에서는 유튜브 통계전문업체 왕효근 대표가 그런 인물이었어요. 슈퍼챗은 100% 정확하게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였고, 우리는 당장 의기투합해 슈퍼챗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한국 언론 최초 시도였어요. 5만 개의 크롤링봇을 가동해 전세계 유튜버들의 슈퍼챗 수익을 읽어들였고, 글로벌 순위를 집계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죠. 전세계 2위와 3위가 한국의 정치 유튜버였고, 한 달에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어요. 그 외에도 13개의 정치 유튜버 채널이 순위권에 포진했고, 이 중 상당수는 가짜뉴스와 혐오를 영상의 단골 소재로 삼는 극우 유튜버들이었습니다.
 
다들 코인에 미쳐있죠. 정직하면 돈 못 벌어요.”
이번 기획보도의 가장 큰 수확은 단연 슈퍼챗 수익 분석입니다. 이제는 누구나 사이트를 통해 특정 유튜버의 슈퍼챗 수익을 검색할 수 있어요. 실제 제 보도가 나간 이후 많은 언론들이 정치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슈퍼챗 수익을 기사의 소재로 쓰고 있더라고요. 큰 보람입니다.
두 번째 수확은 구글의 즉각적인 조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겠지요. GZSS 등 극도의 심한 언행을 일삼던 극우 유튜버 계정에 대해 구글이 전면 수익차단 조치를 취했고, 실제 일부는 계정 삭제로도 이어졌어요. 이 또한 보람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정직하면 돈 못 번다는 한 극우 유튜버의 고백이 이번 기사의 가장 큰 소득이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가짜뉴스와 혐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신념조차도 상실한 그저 돈벌이 수단이기도 했다는 거죠. 좌파코인과 우파코인을 저울질해 선택하는 세태 역시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는데,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진한 여운으로 남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추가로 더 취재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 기사에 대한 일부 댓글을 보면 “왜 극우 유튜버만 다루었느냐. 편파보도 아니냐”는 말이 있더라고요. 세 가지 분명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1)역사를 왜곡했는지, (2)가짜뉴스를 퍼뜨렸는지, (3)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혐오와 조롱, 막말을 했는지 입니다. 보수와 진보 정치 채널들을 모두 모니터했고, 그 결과를 기사에 담았습니다. 기계적 중립은 결코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