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회 지역기획보도부문_KAL858기 실종사건_대구MBC 심병철 기자

우연히 시작된 KAL858기 동체 확인 취재
 
지난해 3월 위안부 특집 제작을 위해 미얀마를 열흘 정도 방문했다. 미얀마는 과거 버마로 불리던 동남아 국가로 우리에게는 KAL 858기 실종 사건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KAL 858기가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11월 29일은 6월 민중항쟁으로 쟁취한 제13대 대통령 직접 선거를 2주일 앞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듬해 나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캠퍼스에서 우연히 대자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건이 안기부에 의한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KAL 858기 실종사건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었고 언제가 기회가 되면 꼭 취재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기회가 온 것이다.
특별취재단은 미얀마에서 일본군 위안소와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도 KAL 858기와 관련된 내용을 묻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현지 코디를 통해 KAL 858기의 엔진을 인양한 어선의 선장이 있다는 의미 있는 정보를 얻었다. 귀국 후 바로 KAL 858기 유족회 지원단 총괄팀장인 신성국 신부를 만났다. 17년 째 KAL 858기 실종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이미 이 선장을 만나 상세한 조사를 한 상태였다. KAL858기의 엔진 사진을 보여줬더니 모양이 같다고 대답의 돌아왔다고 한다.
취재진은 취재부장과 보도국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KAL858기 동체를 찾고 싶다고 하자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니까 기꺼이 동의해줬다. 지역방송이 다루기에는 너무 큰 소재이지만 정보만 확실하다면 엄청난 특종이라며 데스크들은 의욕까지 보였다. 며칠 뒤 취재진은 다시 미얀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인망 어선 선장은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정확한 좌표 위치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 선장의 말이 맞으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긴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볼만하지 않을까? 취재진은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이벨로 유명한 해난구조 전문가인 이종인 씨와 조종사 출신 항공 전문가인 김성전 씨, 드론 촬영 전문가인 정윤환 씨가 특별취재단에 합류했다. 2019년 11월 27일, 취재진은 미얀마로 향했고 11월30일 KAL 858기가 추락한 안단만 해역으로 수색에 나섰다. 배가 목표지점에 다가가자 음파탐지기에 길이가 10미터가 넘는 금속성 물체들이 잡혔다. 직경 200미터 안의 해저에 수많은 금속성 잔해들이 있었다. 다음날 취재진은 수중드론으로 촬영에 나섰지만 시속 6노트가 넘는 조류 때문에 해저까지 내려갈 수는 없었다. 이종인 대표가 기지를 발휘해 무거운 쇠 도르래를 수중드론에 매달아 촬영을 시도했다. 다행히 54미터 해저에 도착해서 몇 십 분간 촬영을 했지만 동체로 추정되는 잔해를 둘러싼 그물에 걸려 수중드론은 파손됐다.
아쉬운 1차 수색 뒤 취재진은 수중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확인했다. 3초 정도 찍힌 짧은 영상이지만 그물로 둘러싸인 KAL 858기 추정 동체가 분명해 보였다. 수중드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취재진은 특수 수중카메라를 준비해서 1달 뒤 다시 미얀마로 향했다. 2020년 새해 첫날, 2차 수색을 위해 다시 배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음파측정기를 이용해 10미터 이상 되는 물체를 4개나 확인했다. 그 중에서 30미터 정도 길이의 추정동체는 높이가 10미터나 됐다. 취재진은 특수 수중카메라를 물속에 넣어서 직접 촬영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사흘간 수색이 이어졌지만 동체 촬영에는 실패했다.
유족들이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취재진은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하루 더 수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중카메라가 858기 추정 동체를 둘러싼 그물에 계속 걸리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취재진은 점점 초조해졌다. 시간은 자꾸 흘렀고 철수 시간은 1시간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허탈했다. 그러나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수중카메라에 KAL858기 추정 동체의 엔진과 날개가 잡힌 것이다. 항공전문가들은 모두 대형여객기임에 틀림없고 KAL858기 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KAL858기 동체수색 외에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취재도 병행했다. KAL858기 실종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참여정부 당시 출범했던 국정원 발전위원회의 민간조사관들을 취재진이 접촉해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직접 썼다는 조사관은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실종사건 당시 미국 CIA와 안기부가 김현희 일행의 행적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원 발전위원회가 보고서에서 안기부가 사전에 김현희 행적을 몰랐다고 기록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이런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안기부가 노태우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 사건을 선거에 적극 활용한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전에 폭파범의 행적을 알면서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이다. 전두환 정권은 최소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 했고 이런 잘못을 숨긴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진은 사건 발생 바로 전날 아부다비의 한 식당에서 아랍에미리트 주재 한국대사관의 고위공무원 A씨가 KAL858기 부기장을 만나서 긴급 시 신호 방법 등을 물은 사실도 확인했다. 유족이 이런 사실을 수상히 여겨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뜻밖에도 협박을 했다. 유족에게 자식들을 생각하면 조용히 사는 게 좋을 것이며 언론에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취재결과 A씨는 김현희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고 검거에도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로 밝혀졌다. 나중에 외교부의 최고 직위인 대사까지 오르기도 했다.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숨겨야만 하는 진실이 무엇이기에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일까?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AL858기 실종사건은 20세기 한국 역사의 최대 미스터리이자 항공사고 역사상 가장 큰 수수께끼로 기록되고 있다. 33년이 지났지만 단 한구의 시신도 돌아오지 않았고 사고원인은 아직도 의혹투성이다. 115명의 희생자는 아직 안다만 해역에 수장되어 있고 진실은 바다에 묻혀있다. 대한민국은 이들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KAL858기 추정동체를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비행기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동체를 인양하면 거짓은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