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회 지역뉴스부문_감천항 러시아 선박 코로나19 집단 확진_KNN 황보람 기자

부실한 항만 방역코로나19에 뚫려버린 부산항
 
부산 감천항에서 정박한 러시아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대요.”
이 한 문장의 제보를 들었을 땐 사실 큰 문제라고 와 닿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또 확진자가 발생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러시아 선박에서 작업을 했던 하역 작업자와 직접 얘기를 나눠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최초 확진 판정을 받았던 ‘아이스 스트림호’의 러시아인 선장은 발열 증세로 일주일 전쯤 하선해 러시아 현지로 돌아갔고,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선장과 적어도 몇 주씩은 함께 일한 선원들이 배 안에 있었고, 선박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 감염의 위험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크루즈 집단 확진 사태와 같이 말이다. 더 큰 문제는 항만 방역 당국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가 정박하고 이틀 넘게 배 수리나 하선 작업이 진행됐고, 당일 제보와 취재를 통해 파악한 국내 작업자만 70명이 넘어갔다.
현장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작업자들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 선원 대기실이라는 조그만 컨테이너, 아니면 아예 귀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부산항보안공사는 아예 취재진의 감천항 출입 자체를 막았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선박의 위치를 확인했고, 출입을 못한 채 외부에서 선박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검체 채취를 마치고 배 안에서 격리 중이라던 러시아 선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은 부산항으로 입항 전 전자검역 단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선장에 대한 신고를 전혀 하지 않은 선원들이었다. 항만 방역 주체인 검역소는 선사 대리점을 통해 통보 받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 허술한 방역에, 국내 작업자들만 접촉자로 분류돼 피해를 입게 됐다. 기사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집단 확진에 대한 우려를 담은 단독보도는 현실이 됐다.
모두 19명의 러시아 선원이 코로나19 집단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단 감염의 우려가 현실이 되자 취재진은 허술한 항만 방역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선원들은 기본적으로 항공사의 승무원과 같은 수준의 분들로 판단합니다.”
감천항 집단 확진 당시, 질병관리본부에서 한 말이다. 공항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은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한다. 단, 항공기 승무원의 경우는 면제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들어오는 여객선의 승객들은 2주간 격리를 하지만 외국인 선원들은 격리 대상이 아니다. 검역 과정을 거치고, 자가진단 앱만 설치하면 하선할 수 있다. 시내 곳곳에선 외국인 선원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부실한 항만 방역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집단 확진이 발생했을 당시 검역소의 초기 대응 문제, 부산항에 단 한 명 뿐인 역학조사관과 한 대도 없는 구급차, 절대적인 인프라 부족 문제, 공항과 달리 제대로 된 진단 검사가 안 되는 문제.
방역당국은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선원들에 대한 진단 검사와 2주 자가 격리를 의무화 했다. 하지만 또 최근 감천항 입항 러시아 선원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아직 부산항은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 돼 있다.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와 철저하지 못한 방역 지침은 부산항의 위기를 처음으로 전한 취재진이 끝까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