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회 뉴스부문_주민 갑질에 경비원 극단적 선택 연속보도_YTN 안윤학 기자

그는 마음 따뜻한 우리 이웃이었고, 한 가정의 아빠였다
 
취재 후기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 사건의 기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고인의 증언을 직접 듣지 못해 기사에 많이 녹이진 못한 사연 하나가 있습니다.
보도로 알려졌듯, ‘주민 갑질’의 직접 계기는 주차 문제였습니다. 이중주차된 가해자 입주민의 차를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경비 아저씨를 향한 폭행과 폭언이 시작됐죠. 사실 주차 관련 가해자의 ‘노매너’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최 씨 경비일지를 보면, 이미 지난해 12월 큰 마찰이 빚어졌습니다.
 
“2019.12.5. 차 문제, 사이드브레이크 잠김. 3, 5일에도 민원. 일요일(1)도 민원 7~8차례.”
“2019.12.7. 주차 문제로 민원, (주민들이) 견인조치 하라고 함. 회장님 면담 신청한다 함.”
 
그런데 문득 의문이 하나 들었습니다. 이처럼 가해자 본인이 말썽을 부려놓고, 경비 아저씨에 화풀이 한 건가? 이중주차된 차 좀 밀었다고 사람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할 만큼 괴롭혔단 말인가? 유가족과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인은 생전 남에게 싫은 소리 할 성품은 아니었습니다. “주차 좀 제대로 해요!” 삿대질할 성격은 더더욱 아니었죠. 그런데 착한 경비 아저씨에 대체 왜? 경비일지를 보다, 힌트 하나를 얻습니다.
 
“2019.2.24. 0000호 아들(=가해자) 문제로 어머님 신고, 경찰 출동, 철저히 살피기 할 것.”
 
고인의 형님께 이 대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막은 이랬습니다. 아들, 즉 가해자 입주민은 난폭했습니다. 화가 나면 어머니를 때릴 정도로. 실제 그는 존속폭행 전과가 있습니다. 마음씨 여린 경비 아저씨, 어머니를 돕기로 합니다. 경비 일지에 “철저히 살피기 할 것”이라고 맹세했듯.
일단, 어머니가 ‘목욕 가방’을 경비실에 숨겨놓습니다. 그리고 경비 아저씨에 부탁합니다. “아들 보이면 전화 좀 줘요.” 실제, 경비 아저씨는 전화를 겁니다. “아들 왔어요.”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집을 나가 복도 어딘가에 숨습니다. 아들이 집에 들어가면, 몰래 나가 경비실에 숨겨놨던 목욕 가방을 들고 사우나로 갑니다. 거기서 밤을 샙니다. 이튿날, 아들이 나갑니다. 경비 아저씨가 또 전화합니다. “아들 나가요.” 사우나를 나온 어머니는 다시 목욕 가방을 경비실에 놓고 집으로 올라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해자는 어머니와 통화하는 경비 아저씨를 목격합니다. “아저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가해자는 그때부터 경비 아저씨에게도 난폭해집니다. 막말합니다. 막 대합니다. 그리고 주차 문제로 본격 시비를 겁니다.
 
단순히 ‘착한 사람 vs 못된 사람’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사연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경비원 갑질의 본질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 약자에 대한 화풀이, 업신여김, 무시, ‘나는 갑’이라는 근거 없는 오만.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비록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고용한 ‘을’들이지만, 누군가의 아빠입니다. 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고인도 그랬습니다. 특히나 매 맞는 이웃 어머니를 적극 도운 착한 경비 아저씨.
경비 아저씨 고 최희석 씨의 마지막 음성 유서 한 대목을 옮기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경비원 갑질도, ‘그도 누군가의 아빠’란 생각을 먼저 한다면 상당 부분 뿌리 뽑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나 빌어도 봤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나 진짜 작은딸, 큰딸 아기들(=손주들) 챙기려면 돈 벌어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