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회 영상취재부문_시사기획창_코로나19 최전선의 기록_KBS 최재혁 기자

코로나19, 최전선의 기록
 
2020년 한국사회를 위기에 빠드린 코로나19. 2월 7일 신천지 교회 참석자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로 대구시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세간의 관심이 대구로 집중되었다. 이전까지 메르스 때보다 훨씬 잘 대응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평가가 무색하게 우려했던 코로나19의 지역사회로의 확산은 현실이 되었다.
 
늘어가는 환자에 대한 명료한 대책은 나오지 못했지만, 전국에서 의료진들의 자원봉사가 세도했다. 끊임없이 언론사들의 기사는 정부가 제공하는 대책을 전달하는 팩트 이상의 기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누구나 다룰 수 있는 팩트기사와 그 팩트를 가공한 가짜뉴스만 증가했고, 상황은 팬데믹을 넘어 인포데믹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가 대책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을지언정 대책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일일이 찾아 팩트체크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뉴스가 현상을 다룬다면 시사다큐멘터리는 현상을 넘어 그 내면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팩트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모습을 더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실은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최전선의 기록은 3월 18일부터 일주일간 경북대병원 의료진에 대한 기록이다. 이보다 더 감동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코로나와 사투하는 의료진의 모습과 위독했던 환자들이 정상생활로 돌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 속에서 취재진은 시청자에게 전달해야 할 새로운 진실을 직시했고, 취재하는 내내 내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며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고스란히 프로그램에 스며들어 우리 삶을 이야기하는 시사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취재진은 이방인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료진의 불편한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을 취재한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그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은 우리만의 이기적인 행위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일주일 만에 제작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빡빡했기 때문에 쫒기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든 카메라는 그들에겐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중환자실과 격리병동을 둘러보며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이 상황을 느끼지 못하면 누구나 담을 수 있는 뉴스밖에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촬영이 아니라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핵심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료진을 볼 때마다 수고가 많다고 인사하며 병동을 돌아다녔다. 그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 촬영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음 날 새벽, 다시 카메라를 들고 병원을 찾았고, 어제와 다른 그들의 표정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진료행위에 방해가 될법한 움직임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더 쓰고서야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이방인 신세에서 벗어날 마지막 퍼즐을 찾을 수 있었다. 의료진과 같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취재를 끝마치는 날 의료진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셔터를 눌렀을 때 난 이미 그들의 동료가 되어 있었고, 그 장면을 프로그램 마지막에 사용했다.
 
들어갔다가 나오면 무서웠고 힘들고 구역질하고 어지럽고 그래요.”
 
실제로 음압병동 중환자실에 보호복을 입고 들어가 보니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보호안경엔 습이 차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두 겹의 보호 장갑은 손의 움직임을 무디게 만들었다. 답답함은 턱까지 차올랐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되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카메라까지 들었으니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의료진들의 노고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을 지켜보는 수준밖에 되지 않다.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어요?”라는 말을 건 냈을 때 간호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습기 찬 보호안경 사이로 보이는 눈빛에 코로나 종식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 간호사의 업무강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시트를 교체하고 환자복도 갈아입혀야 하는 일상적인 업무는 보호복으로 인해 몇 배는 더 힘들어졌다. 평소에는 어렵지 않게 놓을 수 있었던 주사도 두 겹의 장갑으로 인해 혈관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숨쉬기도 힘든 상황에서 환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말을 많이 걸어드리고 싶은데, 최소 접촉의 원칙을 지켜하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음압병동 안에 오래 머물게 되면 집중력이 많이 약해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자식인데, 그들의 부모님 마음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한 의료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에 배치되었다고 하자 처음에는 ’너는 절대 안 된다!‘ 병원근무를 막으셨던 부모님이 지금은 ’그래도 네가 자랑스럽다‘ 며 말씀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 ’부모님이 걱정하시면도 티 안내시려고 하신 말씀인걸 아니까‘ 라며 눈물을 흘렸다. 환자들의 검사결과가 음성이 나왔을 때 ’음성 나왔다 음성 나왔다니까‘ 외치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던 그들.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었다.
 
의료진 외에도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본인들이 전파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인지 인터뷰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은 떨어져있는 가족들 걱정에 답답함을 호소했고,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힘겨워하고 있었다. 환자들을 취재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런 상황에 놓여 질 수 있다는 생각에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의무감이 커지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는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늘도 수많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더 이상 의료진의 헌신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닫길 바란다. 제대로 준비된 시설과 장비 그리고 전문적으로 양성된 인력 충원만이 앞으로 있을지 모를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나는 때론 의료진이 되어보기도 하고, 환자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슬픔과 애환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오늘도 사투를 벌이고 있을 대구 경북대병원 의료진 여러분들께 이번 기회를 들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