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회 기획보도부문_‘비 내리면 펑’ 군용전지 폭발 위험성 기획보도_YTN 한동오 기자

비가 오면 폭발했다… 군용 전지 미스터리
 
리튬 전지 창고의 연쇄폭발?
 
창고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났습니다. 10km 떨어진 아파트까지 굉음이 들렸습니다. 화염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솟구치자, 소방서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습니다. 0시 55분에 신고 접수된 화재는 8시간이 지나서야 잡혔습니다. 1,800㎡ 창고가 잿더미로 변했고, 육군에서 보관하던 몇 년치 리튬 1차 전지가 불에 탔습니다. 피해액만 200억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벌어진 세종 육군 군수사령부 종합보급창 화재였습니다.
 
그런데 군의 리튬 1차 전지 창고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소방본부에 확인해보니, 지난해 7월 포천에서도, 8월 대전에서도, 10월 포항에서도 폭발이 났습니다. 특이한 점은 모두 비가 오고 있거나 온 직후였습니다. 왜 불이 났을까. 당시 화재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1건은 리튬 전지 보관 창고에 빗물이 새서, 리튬이 빗물과 발열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다른 2건은 조사 중이거나 미상으로 끝났습니다. 세종 군수사령부 화재 역시 ‘원인 미상’이었습니다.
 
1년에 10건씩 폭발한 군용 전지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10년 치 리튬 1차 전지 폭발 사고 현황 자료를 받았습니다. 한 해 평균 10건씩 폭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납품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알기 위해, 전지 성능 평가 결과도 청구했습니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군용전지 폭발 위험이 지적됐을 때, 군이 안전한 공기아연전지로 바꾸겠다고 약속한 사실도 당시 군 답변서 등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리튬 전지는 폭발해왔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었습니다.
 
전지 자체의 문제였을까, 군의 관리 부실이 문제였을까. 청계천과 용산 전자 상가를 돌면서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군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리튬 전지가 폭발 우려 때문에 잘 안 쓴다고 얘기했습니다. 제조업체 공장에서 과거 두 차례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려줬습니다. 화재 출동을 나간 소방서 관계자는 군이 화재 신고를 지연하고, 국가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화재 피해 규모조차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리튬 전지 화재는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났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책임을 묻기도 어렵습니다. 군 간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장병들의 어깨에 들린 리튬 1차 전지는 계속 터졌습니다. 올해는 달라질까요? 안타깝게도 YTN 보도 이후 국방부가 발표한 대책은 폭발의 모든 가능성을 예방하진 못합니다. 군용 전지 폭발의 미스터리가 완벽히 풀릴 때까지,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올해 군 리튬 전지 창고 화재에 대해 알게 되시는 분은 언제든 연락주세요. hdo86@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