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회 지역뉴스부문_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단독 및 연속보도_대구MBC 박재현 기자

대구 한마음 아파트 초유의 코호트 격리 단독 및 연속보도
 
‘아파트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코호트 격리된 것 같아요’
그 날도 어김없이 저는 밤 10시쯤 집으로 돌아와 제 방으로 직행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가족은 거의 대면할 수 없었습니다. 저만 자가 격리된 셈이었습니다. 잠자기 직전, 저는 대구 MBC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도 내용을 살펴보다가 놀라운 제보를 발견했습니다. ‘아파트 전체가 코호트 격리됐어요’ 처음에 저는 이 영화 같은 사건을 접하고 놀랐지만, 제대로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제보자와 한참을 통화한 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처한 환경과 능력에서 최선을 다하자’
현장 취재, 팩트 확인, 기사작성, 영상편집은 자정에서 새벽 6시까지 이뤄졌습니다. 한마음 아파트가 진짜로 코호트 격리됐는지 확인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사는 제보자는 사진과 문자 메시지 등을 근거로 코호트 격리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자는 보건당국이 아니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낸 것이었죠. 방송통신위원회가 코로나 19 가짜 뉴스에 대한 모니터를 강화하고 있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서 회사, 대구시, 질병관리본부, 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과 능력 속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우선, 저는 제보자에게 받은 문자와 사진 등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한마음 아파트에서 현장 취재를 하려던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아예 아파트 입구 진입이 차단이 됐던 겁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 경비 아저씨와 주변 상가를 찾아서 최근 이 아파트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어떻게든 아파트에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두 세 시간은 후딱 흘러갔습니다. MBC 본사 야간 당직자도 아파트 코호트 격리를 선뜻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는 로컬 뉴스가 없기 때문에 서울에 반드시 송출돼야 했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과 설득 끝에 아파트 코호트 격리 단독 보도는 뉴스투데이 첫 꼭지에 방송됐습니다.
대구시가 코호트 격리 조치를 하고도 사흘 동안이나 발표를 하지 않았고, 다수의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다는 것은 은폐하려는 의도가 충분해 보였습니다. 7일 오전 대구시 브리핑 때부터 모든 언론은 한마음 아파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마음 아파트의 특징, 역학 조사 현황, 전염 경로에서부터 아파트 입소 조건, 신천지 교인 거주의 특수성, 늑장 및 뒷북 대처 의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터져 나왔습니다. 대구시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염병으로 인한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페스트의 경고…한마음 아파트의 기억
중국 우한의 코로나 19사태를 보며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난 1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다시 집어든 것도 그즈음입니다. 2월초에는 ‘컨테이젼’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마스크, 기침, 전염병, 유령도시처럼 변한 마을 등 모든 것이 지금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우연이었을까요?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의 모습이 2020년 2월 현실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나온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입니다. 이런 경고음을 제대로 듣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 문제입니다. 한마음 아파트가 언제 닥칠지 모를 신종 전염병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한 때 하루 800명 가까이 확진환자가 쏟아져 나온 대구에서 서로 의지하며 묵묵히 취재를 했던 동료 기자들에게 수상의 기쁨과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