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회 지역기획보도부문_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 비리, ‘두 얼굴의 시민단체’ _대구MBC 박재현 기자

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 비리, ‘두 얼굴의 시민단체’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공동 기획의 힘
‘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 센터장 A 씨가 비리에 연루된 것 같다.’ 지난해 말 이 소문은 조금씩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전 대표인 A 씨는 지역의 미투 운동을 주도하며 여성 인권 증진에 기여해 왔습니다. A 씨는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저 또한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었죠. 그런데 온갖 비리에 연루돼 있다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겉과 속이 다른 유형의 인간 군상은 아주 많이 봤습니다만…
 
11월 중순 다른 취재를 하다가 복수의 시민단체로부터 비리의 구체적인 정황을 듣게 됐고, 본격적인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대구 지역 인터넷 언론 ‘뉴스민’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는데, 손을 맞잡고 공동 취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뉴스민이 축적해온 시민 사회에 대한 정보와 이해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 달 이상 연속 보도가 이어지자, 공동 기획이 위력을 발휘하며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지역 이슈와 관련해 타 매체와 처음으로 시도한 기획은 낯설었지만, 신선하고 탄탄했습니다.
 
성역 없는 취재, 면죄부는 없다
취재를 해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보조금 횡령과 센터 기금 유용, 카드깡, 법인 인허가 및 이주여성 교육원 비리 등 비리 백화점과 다름없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직간접적으로 비리에 연루돼 있었습니다.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지만, 취재진을 향한 비난도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침묵했습니다. 그들이 비판해온 사회복지 법인, 사학재단이나 정치권의 행태와 꼭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취재에 성역은 없습니다. 그리고 비판의 대상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가 신뢰하고 지지를 보낸 인물이나 단체가 그릇된 행위를 했을 때, 비판은 더 날카로워야 했습니다. 상습적인 비리 앞에서는 누구도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대구시가 감사 자료를 홈페이지에 등에 공개하지 않아, 이 사건은 자칫 쉬쉬하며 감춰질 수도 있었습니다. 대구 MBC와 뉴스민의 보도로 대구시가 법인 취소와 상담소 폐쇄 같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이주여성 인권 증진과 여성 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비리를 눈 감아서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이제 경찰이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습니다.
 
비도덕적인 시민단체 뿐 아니라, 허술한 지도와 점검으로 비리를 키우는 데 일조한 행정기관 책임도 가볍지 않습니다. 부실 심사를 한 여성가족부, 가짜 법인 인허가 서류를 통과시켜준 대구시, 유령직원, 이중 인건비 지급 등 여러 비리를 적발하지 못하고 눈감은 동구청에 이르기까지. 전국 1호 이주여성폭력상담소는 이런 총체적인 부실 때문에 허망하게 사라졌습니다.
이주여성폭력상담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성가족부와 대구시가 상담소 선정을 위한 재공모를 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실패는 되풀이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취재진은 마지막까지
상담소가 제대로 설립돼 운영되는지 지켜보고 또 확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