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회 경제보도부문_조세정의 2부작_KBS 유지향 기자

조세포탈 중범죄라면서 집행유예 수두룩…허점은 어디에 있나?
세금 수억,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원을 포탈하거나 체납한 사람들, 이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체납 세금을 다 냈을까? 국세청은 매년 이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판결문 5백 개 ‘양형인자 최초 분석’…데이터화에만 수개월
 
최근 5년간 공개된 포탈범은 160여 명, 취재진은 대법원 도서관에서 일일이 사건번호를 수집해 1심부터 최종심까지 판결문 5백여 개를 입수했습니다. PDF 파일로 제공된 판결문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1차원적인 형량 분석을 넘어, 처벌의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보여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객관화를 위해 판결문의 법정형과 처단형, 권고형 등을 비교분석하고, 선고형에 영향을 미친 양형인자까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전례 없는 작업인데다 법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해 다수의 변호사, 교수, 국회입법조사관 등 전문가 10여 명으로부터 장기간 자문을 받았습니다.
분석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양형기준과 비교해보니, 권고형량의 하한에 딱 맞췄거나 이보다 낮게 선고된 사례가 4분의 3이나 됐습니다. 포탈범 10명 중 6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배경,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대법원도 이를 시인하고, 양형기준 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벌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결과, 95%, 거의 대부분이 노역으로 대체됐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하고 취재진도 놀랐습니다.
 
고액체납자 3만8천명 세금 다 냈나?…‘소멸시효 없애 달라’ 청원까지
 
고액체납자 전수 분석도 지난했습니다. 16년간 공개 인원은 3만8천여 명, 1,900 페이지가 넘었습니다. 체납 세금은 서울시 한 해 예산보다 많은 37조 원에 달했습니다. 명단에 올랐다 사라진 만2천여 명을 정보공개청구로 추적해보니, 일부라도 세금을 낸 인원은 7%에 불과했습니다. 대다수인 82%가 법정 소멸시효가 완료돼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소멸시효를 없애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A4 분량 100페이지가 넘는 긴 시리즈 기사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선장 역할을 해준 김태형 기자 덕분입니다. 유능한 데이터 분석가들이 수백만 개 셀의 방대한 데이터를 의미 있게 직조해냈습니다. 개발자들이 첫 선을 보인 고액체납자 인터랙티브 지도, 그래픽 디자이너가 알기 쉽게 시각화한 인포그래픽들이 어우러져 데이터들이 빛을 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