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회 기획보도부문_시사기획 창_ "루보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_KBS 김효신 기자

루보사태김영모가 돌아왔다무엇을 취재할 것인가
 
-신종 ‘다단계 피라미드 주가조작’…JU그룹 부회장이 주도
-여전히 살아있는 JU그룹 조직…사법기관은 ‘코끼리 다리 만지기’
 
취재는 시작부터 벽에 막혔다. 코스닥 등록기업 STC의 주가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어린 호소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STC는 지난해 5월 한 중견기업 회장의 불법 M&A의혹을 보도하며 한 차례 다뤘던 기업이었다. 사파이어 원석을 가공해 휴대전화 액정을 제조해 애플사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했다. M&A브로커들이 모여들어 회사 자금으로 각종 사업에 투자하면서였다. 그런데 이 기업은 M&A브로커 뿐 아니라, 주가조작책들의 놀이터라는 제보가 이어졌다. 주가 조작을 증명하려면 참여한 세력이나 개인들이 공모한 정황이나 서류 등이 확인돼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STC의 주가가 급등했던 시기는 지난 2018년 12월. 천 원 대던 주가가 한달 만에 4천 원 대까지 치솟았다. 일단 금감원 등에서 자문을 역임했던 전문가와 주식 전문 변호사 등과 STC의 주가를 분석했다. 주가 급등시기에 수상한 공시가 여러 차례 반복된 정황이 확인됐다. 중국의 한 전기차 업체가 수백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업체 대표는 STC의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라며 공시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때마다 주가는 출렁였다. 하지만 결국 투자도 경영참여도 이뤄지지 않고 공시는 취소됐다. ‘먹튀’에 가까웠다. 이 공시에 등장한 중국업체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현지 컨설팅 업체를 사려 했지만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외국 언론사에 도움을 줄 컨설팅 업체를 찾지 못했다. 결국 중국 현지를 찾아 묻고 물어가며 전기차 업체가 페이퍼 컴퍼니였으며, STC에 투자한다는 공시도 허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렵게 취재를 이어가던 중 주가조작 업체에서 일했다는 임원이 취재진을 찾았다. 지난해 9월이었다. 해당 임원은 STC의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인물이 JU그룹의 부회장이자 우리나라 주가조작 사건 가운데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루보사태’의 주범인 김영모라고 털어놨다. 그때부터 김영모의 주변을 수사하다시펴 뒤졌다. 김영모 회사와 관계됐다고 하면 전 임원부터 다단계 회원들까지 전국 어디든 가서 30명을 넘게 만났다. 또 김영모의 지시를 받고 다단계 주가조작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특수관계 여성의 뒤를 3달 넘게 쫓았고, 그 여성의 회사에는 1달 가까이 투자자로 가장해 잠입해 들어갔다.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2억 원을 은행에서 빌려 투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 어려운 취재가 이어졌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주가조작과 관련된 사람들이 계약서류와 모집 장부 등 주요 증거를 하나둘 씩 기자 손에 쥐어주기 시작했다. 피라미드식 주가 조작에 동원된 사람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전국에 2800여 명, 피해금은 8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김영모를 10억 원 사기 혐의로만 기소했다. 구속영장을 보면 검찰은 김영모의 유사수신과 주가조작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취재를 담은 다큐멘터리 <‘루보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유튜브 채널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다. “제작진은 검찰도, 경찰도 하지 못한 좋은 일 의로운 일을 하셨습니다”
이제 수사기관이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