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회 기획보도부문_국회작동법 3부작_뉴스타파 강혜인 기자

21대 국회, ‘국회 개혁’ 가능하겠습니까?
 
총선 기획 취재팀이 꾸려지고 난 뒤 팀장, 팀원들과 둘러앉아 서로를 쳐다보던 게 생각납니다. ‘아, 뭐하지…’ 총선을 앞두고 어떤 보도를 할 것인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보가 유익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리 국회가 엉망이라는 건 주지하는 사실이자 일종의 구문 같은 것이라,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기사를 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여기저기 자문도 받고, 여러 번의 회의 끝에 20대 국회의 민낯을, 입법부의 고유 권한인 ‘법안’을 통해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정면돌파 성격의 선택이었습니다. 예상 가능하고 뻔한 기사라는 평가가 걱정됐고, 또 ‘법안 기사’는 재미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을지언정 이만큼 우리 국회가 엉망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치도 없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중에 ’당해‘를 ’해당‘으로 바꾸는 정도의 법안이 수두룩하고, 일부 의원들은 이를 성과로 자평합니다. 똑같은 내용의 법이 200 건이 넘기도 합니다. 안 읽히고, 재미없기 때문에 기사를 쓰지 않는 동안 입법부가 더 망가졌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20대 국회가 통과시킨 가결 법안 2000여 건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시도했습니다. ‘일을 이렇게 안 했는데, 그렇다면 한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였습니다. 아울러 20대 국회가 통과시켰어야 할 이슈 법안들의, 말하자면 ‘생로병사(어디서 어떻게 이 법안이 죽어갔는가)’를 추적했습니다. 또 국회 운영을 결정하는 국회법과 국회의원의 월급을 결정하는 국회의원수당법(약칭)의 생로병사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개혁 법안이 언제부터 어떻게 좌초됐는가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표현은 거창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양의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취재팀끼리는 이를 두고 ‘인형에 눈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도 인형에 눈 백 개쯤 붙였다”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팀장을 포함해 팀원들이 밤마다 앓는 소리를 내가며 법안을 검토했습니다.
 
일단 아이템을 정하면 전진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취재 중간중간 자주 답답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국회의 업무 시스템이 이리도 허점이 많은가, 절감했습니다. 어떤 단계에서 법안이 가로막히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떤 법안은 그저 의사일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어떤 법안은 상임위-> 소위-> 법사위까지 진행되는데도 같은 논의를 무한 반복하는 방식으로, 쉽게 표현하면 뭉개졌습니다. 16대~17대 국회부터 발의돼 온 국회 개혁 법안이 십수 년이 지나도록 처리되지 못한 것도 현 시스템 안에선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이러한 국회의 작동 방식을, <국회작동법 3부작> 보도를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위성 정당이 난립하는 현재 상황을 지켜봅니다. 역시나 국회 개혁은 요원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이상 ‘국회 개혁’이 기사의 아이템이 되지 않게 되길 꿈꾸며, 그때까지 언론의 할 일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