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회 지역뉴스부문_국내 최초 고래 부검의 민낯_KBS제주방송총국 문준영 기자

국내최초 고래부검의 민낯
 
지난해 12월 제주 해상에서 13m 길이의 대형 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DNA 분석 결과 멸종위기종인 참고래로 확인되면서 전국발 뉴스가 쏟아졌고, 국내 최초로 민간 연구진의 공동 부검이 진행됐다. 제주에서 발견된 대형 고래 사체는 지난 2004년 이후 16년 만으로 관련 연구자와 시민들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하지만 야심찬 연구 계획과 달리 현장에선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관계자들이 허가 없이 고래 표피를 가져가는 등 부실한 관리 실태가 드러났고, 연구 책임 교수는 부검을 하고도 당국에 해양보호생물 포획 채취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추가 취재 결과 책임 교수는 지난해에도 제주 해상에서 발견된 50여 개체의 해양보호생물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 기관인 제주도 역시 누가 해양보호생물을 포획 채취 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단 얘기다.
 
허술한 고래 연구 배경에는 허술한 대응체계도 자리하고 있었다. 해양보호생물이 좌초되거나 혼획 되면 해경은 신속한 치료와 대응을 위해 지정된 전문구조치료 기관에 출동을 요청해야 하지만, 특정 교수에게 구조 신고가 몰리며 정확한 집계는커녕 해양생태계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특히 해경과 해당 교수가 사체 발견 초기 멸종위기종 참고래를 ‘밍크고래’로 잘못 판단해 유통될 뻔했던 사실은 초기 대응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미 해경은 2016년 포항에서 발견된 참고래를 유통 가능 종으로 보고 고래유통 증명서를 발급한 바 있다. 이 참고래는 시중에 3억 원 상당에 팔려나갔다. 3년이 지난 현재에도 현장에선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고 있었다.
 
장비가 부족해 인근 도축장에서 칼을 빌려오는 등 열악한 부검 실태를 비롯해 국내 유일 고래 전문 연구 기관인 국립고래연구센터가 민간 연구진과의 갈등을 이유로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점도 취재해 보도했다. 전 지역을 세분화해 지역 커뮤니티와 대학, 사설 연구소 등과 초기 대응하는 미국 해양대기국(NOAA)의 시스템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고래는 인간과 같은 단계의 먹이사슬에 있다. 고래는 바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간에게 올 수 있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생태계 동물이다. 고래를 ‘바다의 로또’로 보는 시각은 변해야 한다. 인간의 문제를 알 수 있는 바다 건강의 지표로 봐야 할 때다. 이번 연구가 최초의 발판이 될 것이다.”
 
부검에 참여했던 연구진이 한 말이다. 당국의 제도 개선과 지원이 선행돼야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인식 변화 역시 중요하다. 이번 보도가 앞으로 발견될 고래와 고래연구의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