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회 기획보도부문_국회감시프로젝트 K_ 의원과 상_KBS 이진성 기자

“우리, 상 한번 직접 받아봅시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에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취재진은 이름도 생소한 어느 단체가 국회의원들에게 무더기로 상을 준다는 보도 자료를 받았습니다. ‘좀 수상하긴 한데…가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싶었지만 이럴 때는 일단 현장을 가보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이후 각종 시상식의 천태만상은 뉴스에 보도한 그대로입니다.
 
시상식 여러 곳을 취재하다 보니 시상 단체가 국회의원들에게 그냥 순수한 의도로 상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상 주는 단체라며 권위를 내세워 일반인들 대상으로 상을 주고 금품을 수수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시상식장에 상 받으러 온 분들이 돈 내고 상 받았다고 증언한 녹취를 땄습니다. 이후 고민이 됐습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보도해야 하나…. 기존 방식대로라면 정형화된 기사에 녹취를 집어넣어 고발 리포트로 만들면 되지만…그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시상 단체에 진짜로 돈 주면 상 받을 수 있는지 취재진이 직접 응모를 해 보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1주일 뒤 상 준다는 단체에 연락했는데 ‘과연’ 입질(?)이 왔습니다. 상을 받으려면 공적 조서와 200만 원을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바로 가상의 인물 ‘강세정 원장’을 내세워 공적 조서를 꾸미고 20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시상식에 참석해 당당히 상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없는 인물이라 시상 단체가 조금만 확인해 봤어도 들통이 날 일이라 조마조마했는데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함정 취재’라 취재 윤리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 사전에 법적인 검토까지 충분히 거쳤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수상자가 취재진임을 밝히고 시상 단체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반론을 충실히 듣고자 했습니다. 함께 상을 받은 의원들도 일일이 만나 해명을 들었습니다.
 
뉴스가 나간 뒤 사내외에서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며 의미와 재미를 함께 전달했다는 과분한 평가 속에 이달의 방송기자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 ‘설마’가 ‘과연’을 거쳐 ‘역시’로 결론이 날 때까지 취재진이 들인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편으로는 국회의원에게 남발하는 상의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상을 받게 됐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하지만…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의원과 상’ 연속 보도는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KBS 정치부 기획팀의 <국회감시 프로젝트K> 가운데 하나입니다. 20대 국회를 돌아보고 21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돼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기획해 예산부터 정책, 법안, 공약과 국회의원 후보자 검증까지 출입처에 구애받지 않고 취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리포트의 형식에 담아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보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장 중심의 철저한 취재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과 좀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