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회 지역뉴스부문_200억대 해경 VTS 사업 기준미달 제품선정 논란_kbc광주방송 최선길 기자

<책임 떠넘기기 속에 침몰한 해상안전>
2014년 세월호 사고에서 논란이 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사고 발생 당시 진도 VTS 센터의 관제소홀로 인한 초기 대응 미흡이었습니다. 이후 해경은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VTS 신규 설치와 개선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취재를 한 VTS 사업은 문제가 된 진도 VTS와 완도, 목포와 군산 지역의 사업이었습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잖아요.”
처음엔 흔한 민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업체들 입장에선 입찰 과정이 억울할 수 있으니 하소연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광주까지 직접 와 며칠이든 기다리겠다는 제보자의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제보자는 해경이 2백억 원 규모의 VTS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컨소시엄이 조달청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이들의 장비가 해경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전문적인 용어가 많아 이해가 쉽진 않았지만 숫자를 비교해 보니 성능이 해경 기준에 미달인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바다 위의 네비게이션인 VTS는 육상과 달리 카메라 등 시각적 정보가 부족해 레이더와 통신기술, 운영체제 등을 다루는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입찰에 참여하는 컨소시엄도 4~5곳에 불과해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컸지만, 제보자는 국가적 재난을 막기 위한 해상안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렵게 제보를 결심했고 취재팀도 책임감을 갖고 더 신중하게 취재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장비들이 왜 중요한지 등에 대해 쉽고 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공부하고 자문을 구하는 데도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있는데 책임은 없다.
문제가 된 장비들은 레이더 정보를 받는 수신기, VTS 관제센터와 선박의 통신을 담당하는 무전기기 등으로 VTS 장비 중에서도 필수 장비였습니다. 그럼에도 입찰에서 선정된 배경엔 조달청 전문평가위원들의 허술한 심사가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번갯불에 콩 굽듯 이뤄지는 평가와 심사위원 명단이 이미 공개돼 특정 업체와 교수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입찰 제도의 문제에 대해 조달청도, 해경도 알고 있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엔 문제가 없다는 해경과 평가는 심사위원들이 한다는 조달청의 책임 미루기 속에 해상 안전이란 사업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아직도 어디선가 조달청 전문평가위원들을 통한 입찰이 이뤄지고 있고 해상 안전을 위한 사업들도 전국 곳곳의 바닷가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문제점에 대해 계속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