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회 지역뉴스부문_- 조현병 불안사회 해법은?_ KBS진주 차주하 기자

조현병이 두려움이 된 사회, 나의 펜 끝에 책임이 있었다.
“또 강제입원에 기사 초점을 맞추실 거면 드릴 말씀이 없어요.” 시작은 국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의 한마디였다. 지난해 진주에서 치료 중단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이 있은 지 두 달쯤 뒤, 후속보도를 위해 정신장애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님께 취재 요청을 드리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사건 당시 대부분의 매체가 강제입원 등 조현병 환자 관리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 뒤였다. 입원이 중점이 아니라면 무엇이 대책일까? 사건 직전이 아니었기에 원점으로 돌아가 취재할 여력이 있었다. 교수님과 대화 끝에 알게 됐다. 문제는 입원할 ‘병상’이 너무 많고, 재활할 곳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후속보도 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조현병 관련 사건사고 보도는 계속됐다.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도 생소해 했던 사회는, 이제 조현병을 두려워한다. 안인득 사건 당시 기사를 쏟아냈던 나의 펜 끝에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BS진주방송국의 연말 특집 뉴스 공모에 뛰어들었다. 입원할 병상만 많고 재활할 곳은 부족한 현실과 대책을 보도할 필요성을 느꼈다.
 
인구의 1%, 어디에나 있었지만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인구의 1%이다. 백 명 중 한 명은 조현병 환자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조현병에 대해서도, 치료 중인 환자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들이 숨어있거나, 사회의 관심이 없어서다. 먼저 환자와 가족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조현병 당사자 단체, 가족 단체 등에 기획안을 보내 보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응답해 준 세종시의 가족단체를 찾아가 신뢰를 쌓았고, 강원도와 부산, 경남의 환자와 가족을 만났다. 취재에 앞서 환자와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해 취재 동의를 구했고,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다. 가까이에서 본 조현병 치료 실태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치료받을 병원을 찾기조차 힘들고, 재활기관은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 이웃의 시선이 두려워 먼 병원을 가기도 했다. 치료받기조차 버거운 현실이었다.
 
조현병 환자가 아닌, 어려운 시기를 겪는 사람
조현병 환자도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이탈리아에 가서 대책을 취재하기로 했다. 40년 전부터 정신병원을 없애고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을 시작해 환자 치료와 자립, 사회 안정이라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조현병도 얼마든지 호전돼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입원처럼 사회에서 격리되기보다, 사회 속에서 재활하고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게 더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탈리아 의료진, 환자, 시민마다 취재진에게 강조한 얘기가 있다. ‘조현병 환자’가 아닌, 어려운 시기를 겪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누구나 아플 수 있기에 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면 사회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번 기사의 목표도 여기에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고, 환자와 그 가정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번 지역 뉴스를 다큐멘터리로 다시 만드는 이유도 경남만이 아닌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서다. 환자와 사회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관련 보도를 이어가겠다.
끝으로 취재기자 셋, 촬영기자 둘이라는 적은 인력 속에서 특집 뉴스에 집중하도록 지원해 주신 KBS진주방송국 이규하 국장님과 오종우 부장님, 방송부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번 기획을 함께 고민하며 이탈리아와 국내 촬영의 무게를 감당해 준 황종원 촬영기자 덕분에 뉴스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조현병 환자 가정의 촬영을 맡아준 강태호 감독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