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회 기획보도부문_두 번 버림받은 아이들_EBS 황대훈 기자

통일을 연습하는 마음으로
 
 “탈북학생들이 힘든 걸 누가 모르나”
뭐든 시작이 제일 어렵다는데 이번 기획도 그랬다. 탈북학생들 상황이 많이 어렵다는데 한번 알아보라는 애매한 지시를 손에 쥐고 몇 달을 꾸물거렸다. 탈북학생들이 힘든 걸 누가 모르나, 요새 젊은 사람들 다 살기 힘든데 이게 기사가 되나 싶었다.
취재를 미룰 만큼 미뤘다 싶었을 때 만난 사례자 A씨가 들려준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스물 일곱 살 탈북여성인 그녀는 어렸을 때 제1의 조국인 북한에서 공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아홉 살 무렵 석 달 남짓 학교 문턱을 드나든 게 전부였다. 공교롭게도 탈북한 A씨에게 대한민국이 제공한 ‘공교육’ 기회 역시 하나원 적응교육 3개월이 전부다. 그녀는 “학벌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자인 B군은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고등학교 2학년에 편입해 졸업장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간단한 한국어 인터뷰도 힘들어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와서 한국어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고 있지만 아무튼 졸업장은 받았으니 ‘중도탈락학생’ 통계에선 빠진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능통한 20대 청년도 실업자 신세인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지 앞날이 캄캄하지만 당장 영장이 나왔으니 군대에 가야하는 신세다.
하나 둘 취재원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탈북학생들이 과거보다 얼마나 늘어났는지, 출신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학교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또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었다. 지원책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사각지대도 무시 못 할 만큼 컸다. 그런데도 막상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엔 이미 너무 많은 지원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영영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교육통일 이뤄져야 남북통일 가능하다
이번 기획 제목을 두 번 버림받은 아이라고 지은 건, 북한이나 중국에서 교육 방치를 경험했던 탈북학생들이 한국에서조차 충분한 공교육 지원을 못 받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취재 도중 서울의 한 지역주민들이 탈북대안학교가 이전해오는 걸 반대하는 사건이 터졌다. 이 기획기사가 필요한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 말 못할 감정이 들었다.
교육현장에선 탈북학생들에게도 입시경쟁을 똑같이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벌 없이도 다양한 삶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단 의견이 갈린다. 한 쪽에선 탈북학생들이 정부지원에 의지하는 ‘연명치료’ 같은 삶을 산다면 통일비용이 너무 커져 통일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쪽에선 입시경쟁에서 낙오하는 순간 삶조차 낙오되는 사회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어차피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다르지만, 양 쪽 다 탈북학생들을 제대로 키워내는 과정이 통일을 앞당기는 ‘통일연습’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 탈북학생들의 숫자는 북한인구의 0.01%에 달하는 2천 5백여 명이다. 이 숫자를 품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통일은 있을 수 없다.
이번 수상을 분단의 고통을 교육현장에서 온몸으로 떠안고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여정에 잠시 동행한 데 대한 과분한 포상으로 여긴다. 그 고된 여정에 앞으로도 함께하란 말씀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한 번에 여러 가지 기획과 당일취재까지 병행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던 기획팀 동료선후배들, “꺼진 아이템도 다시 보자”라는, 기자생활 내내 되새기게 될 교훈을 가르쳐주신 부장에게 공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