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회 지역뉴스부문_탐사K_기다리다 죽는 사람들_KBS제주방송총국 강인희 기자

<탐사K> 중환자실 실태 보고서 ’기다리다 죽는 사람들’
 
“뇌경색 아버지가 중환자실을 찾아 헤매다 돌아가셨어요.” 한 도민에게서 들은 이 말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사례가 또 들려오자 중환자실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점증했다. 왜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것일까? 가족들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이는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취재의 시작이었다.
 
마침 올해 지역 뉴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KBS 제주총국에서 저녁 7시 시사뉴스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인력난 속에 나와 문준영 취재기자 그리고 조세준 촬영기자 선배 총 3명으로 탐사 K팀이 꾸려졌다. 문준영 기자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통계연보를 추적했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제주지역 중증응급의료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객관적 자료들을 확보했다. 분석 결과 제주지역 중증응급환자는 2017년에만 1만 6천여 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6개 종합병원 중환자실 병상 수는 현재 120개로 오히려 줄고 있었다. 여기에 중환자실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도내 환자 수는 매년 100명을 넘고 지난해 제주가 전국에서 4번째로 높았다.
 
이제 남은 건 현장에서 생사를 오가는 중환자와 중환자실 자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보호자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 여러 차례 방문과 공문을 통한 설득 끝에 6개 종합병원 가운데 3곳에서 중환자실과 응급실 촬영에 협조했다. 언제 어떤 사례가 나올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달가량 세 군데 병원에서의 밤샘 취재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또는 체력이 바닥 날 때 문준영 기자와 조세준 선배, 오디오 동료, 차량부 동료까지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를 다독이는 따뜻한 마음은 취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마음들이 하늘에 닿았을까.
 
급성폐렴으로 중환자실을 대기하다 안타깝게 숨진 80대 할머니에서부터 응급실에 중환자실 대기자가 10명에 달해 전쟁터를 방불케 한 날, 기약 없는 기다림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보호자들을 모자이크처리와 음성변조 없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촬영이 불편했을 상황지지만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촬영에 협조해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들의 조언과 도움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끈 것이었다.
 
기존 리포트 형식에서 벗어나 내레이션 없이 영상과 인터뷰로만 구성한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원인과 대안까지 짚은 4편의 탐사 K 물을 방송했고 웹 기사와 도내 병원 원장들의 연속 대담을 이어갔다. 자신의 이야기라며 크게 공감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자 미소가 지어졌다. 제주도 당국과 도내 의료계에서도 제주지역에 맞는 중증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도 반가운 소식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의 움직임들이 시작됐지만, 첫 단추일 뿐이다. 당국과 의료계에서 세운 각종 연구와 계획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막기 위한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더 큰 우리의 역할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탐사K팀 취재에 충분히 시간을 주신 김익태 국장과 강정훈 취재부장, 유용두 편집부장, 양경배 촬영부장, 조강섭 선배, 매일의 리포트 제작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오가며 얼굴을 볼 때마다 응원해준 동료 기자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격려했던 탐사 K팀에게 온 마음 다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