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회 뉴스부문_서울 서남부 조폭형 불법택시 실태 추적_MBN 손하늘 기자

시청에서 나온 단속반원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습니다. 발단은 이랬습니다. 사건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 뒷자리 손님이 기자임을 눈치챈 택시기사는 어젯밤 사당역에서 된통 ‘당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속는 셈 치고 발걸음한 밤 11시의 사당역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5번 출구를 나서자 조폭형 택시조직은 마치 터미널처럼 차량을 줄지어 주차해놓고 있었습니다. 전용 의자도 설치하고는 호객꾼과 요금흥정 담당, 택시운전 차례까지 정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조직에 속하지 못한 택시기사들이 밀려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비조직원들의 택시에 단거리 손님들을 몰아서 태우는 방식으로 내쫓는 것도 모자라, 항의를 하면 험한 말로 응수하는 통에 아예 이 일대에 진입을 포기하는 택시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보름간의 설득 끝 입 열다…택시조직 와해까지
취재팀을 꾸린 이후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낮에는 일반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밤에는 사당역에 모여 밤새 취재를 이어가는 식이었습니다. 불법조직이 모이는 건물 위와 공중전화 박스 등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했고, 직접 총알택시를 타고 경기도를 오가며 영업 실태를 담았습니다. 조직원들 중 ‘얘기가 통하는’ 인물들과 친분을 쌓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취재 일주일째, 조직의 윤곽이 잡혔습니다. 두목과 부두목을 두고 소속 기사 8명이 순번을 정해 수원·안산 등을 쏜살같이 왕복하는 형태였습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4인 합승과 시속 180km 질주, 신호위반 등 불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 조직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지자체 단속반은 칼부림까지 벌이는 이들의 행태에 겁을 먹고는 되레 건물 안에 들어가 숨기만 했습니다.
일부 조직원들은 끈질긴 설득에 입을 열었습니다. 싸움 잘 하는 법인택시 기사로만 조직을 꾸려 체계적 규칙을 만들었고, 불법행위로 벌금이 나와도 품앗이해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날 보도 직후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교통경찰은 물론이고 지구대와 강력계 경찰력까지 총동원한 관할 경찰서는 새벽까지 ‘조폭과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소탕작전을 펼쳤습니다. 사당역을 오랜 기간 장악해온 조폭형 택시조직을 와해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판박이’ 택시조직은 서울 서남부 곳곳에
수소문 끝에 취재팀은 김포공항과 신도림역으로 이어지는 또다른 조폭택시 조직을 접하게 됐습니다. 이들 조직은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승객에게는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비조직원 기사들에게는 욕설은 물론 주먹질까지 했지만, 공항 단속반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공항에서 ‘한 탕’을 뛰고는 신도림역으로 옮겨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공항 주차장에서의 끈질긴 잠복취재 끝에 김포공항과 신도림역을 거점으로 한 조직의 행태 또한 입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MBN에는 “우리 동네의 조폭택시도 취재해 달라”는 준법택시 기사들의 하소연이 줄잇고 있습니다. MBN 취재팀은 전국 곳곳에 여전히 활개하고 있는 이들 조직의 실태를 끝까지 추적하고자 합니다.
큐시트를 비워둘테니 러닝타임 제한 없이 써보라고 결단해주신 데스커와, 막막한 취재임에도 발제압박 없이 취재의 완성을 기다려주신 사건팀 캡, 매일 밤 사당역에서 점선을 함께 실선으로 이어간 취재팀 기자들, 그리고 무거운 장비를 꽁꽁 숨겨가며 악착같이 조직의 행태를 영상으로 담아준 취재팀 영상기자 선배들에까지 생각이 이르면, 좋은 취재작품이 나오기까지 보도국 조직의 결정과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낍니다. 출입처가 무너져가는 시대, 기자가 투신할 방향을 끊임없이 잡아주시는 회사 안팎의 선후배와 동료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