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회 지역뉴스부문_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신생아 학대 파문 연속보도_kbc 고우리 기자

“TV로만 보던 일이 제 아이에게 일어났습니다”
시작은 짧은 제보였습니다. 손주가 도우미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망설였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언론에 제보하면 수사가 지연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수차례의 설득과 만남의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수사를 감시하며 더 공정하게 조사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아이의 부모는 취재에 응했습니다. 다신 이런 피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은 아닐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이 부모에게 CCTV 영상 모두를 받아 확인했습니다. 때리고, 굴리고, 던지고.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시간 반 분량의 영상에서 도우미는 아이를 수시로 학대했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던 노력이 오히려 아이를 해치게 됐다며 부모는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부모가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제보자의 용기가 없었다면, 언제 수면 위로 드러날지 모를 사건이었습니다.
영상이 충격적인만큼 사건 중계식 보도로 끝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상한 사람의 일탈을 가십처럼 소비하다 그쳐선 안 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도우미가 집에 오게 된 과정부터 살폈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맘카페’를 뒤지며 다른 산모들의 후기를 샅샅이 살펴봤고, 그 중에서도 가장 평가가 좋은 한 업체를 골랐습니다. 실제로 취재 결과 아이를 학대한 이 산후 도우미는 산모들의 만족도 조사에서 모든 부문 ‘매우 만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동 학대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울고 싶은건 나다”
아동학대, 산후도우미, 사회서비스 업체, 보건소, 정부 지원 사업. 낯설지 않았습니다. 바로 지난 4월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아이 돌봄 여성의 아동 학대 사건과 똑같이 닮아있었습니다. 지원 예산을 늘리고, 규모를 확대하는 등 양적 성장에만 급급한 주먹구구식 행정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보건복지부는 학대 피해 조사를 벌이고,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도 나서 논평을 내고, 관련법 제정 검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제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고, 정치권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여전히 아이 부모들은 ‘운 나쁘게 나쁜 도우미에게 걸리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울고 싶은 건 나다” 선처를 바라며 울먹이는 도우미를 향해 피해 부모가 한 말입니다. 아이의 부모는 아직도 “내가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진 않았을 텐데”라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삽니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와 부모가 오늘의 일을 잊고 내일을 살 수 있도록, 운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