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회 지역기획보도부문_- 장기 요양기관 폐업의 비밀_KBS광주방송총국 곽선정 기자

장기요양기관폐업의 비밀
 
직원들도 몰랐던 폐업·신설사라진 노동의 대가
 
60대 초반의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A씨. 요양보호사들의 노동권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그는 평범한 이웃 주민, 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를 듣다가 놀라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3년도 넘게 기관에서 일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장기근속수당과 연차수당이 사라졌다는 거다. 한 푼이라도 더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려고 궂은일도 버틴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관장에게 왜인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근무처가 ‘새로운 기관’으로 바뀌었다”는 거라고 했다. 분명히 매일매일 같은 직원들과 같은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떤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의문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파악을 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우선 요양보호사들과 집단 인터뷰, 개별 인터뷰를 계속 진행해가며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기관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증명을 위한 퍼즐 맞추기에 들어갔다.
 
제도적 허점 노린 폐업···알권리 박탈, 직원 처우 악영향
 
우선 얼마나 많은 기관들이 폐업과 신설을 반복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기관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이 해마다 공개하고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양이 워낙 방대해 기간은 만 5년, 지역은 광주전남으로 제한해야 했다. 이렇게 간추린 자료들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비교했다.
사실 분석 과정에서 과연 문제가 드러날지 걱정이 앞섰다. 혹시라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과정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놀랍게도 폐업과 신설을 반복한 기관들이 쏟아져 나왔다. 만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려 3차례 폐업과 신설을 반복한 기관들도 일부 확인됐다.
이 자료들을 다시 건강보험공단이 해마다 발표하는 평가대상 공고 자료와도 비교했다. 폐업과 신설을 반복했던 기관들 가운데 상당수 기관들이 평가대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폐업했다 다시 신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폐업한 기관은 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평가를 피해간 것이다.
자료 분석 외에 요양기관 컨설팅 업체와 관계자들을 어렵게 만나 속 얘기도 들었다. 3년에 한 번씩 하는 평가나 현지조사, 평가에 반영되는 행정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대표자 이름만 바꿔 폐업과 신설을 반복하는 기관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서류를 날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장기요양기관이 복지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일반 사업자로 분류돼 대표자 이름만 바꿔도 폐업해야 하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이런 제도적 허점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이용자 알권리를 박탈하고 더 나아가 부정수급 등 문제와 직원들의 처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보도 이후 관계기관은 다음 달부터 개정 시행되는 관련법 규칙 안에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번 보도로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졌고 용납돼왔던 문제들을 공론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