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3회 기획보도부문_죽음 부른 통증주사_KBS 이승철 기자

나와 내 가족이 맞는 주사는 안전할까?
 
‘나와 내 가족이 맞는 주사는 안전할까’, 취재의 출발은 이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다나의원 집단감염 사고 이후 동네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환자가 숨지는 건 ‘흔한’ 일이 됐다. 그래서 다음 물음이 떠올랐다. ‘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까’였다.
 
두 가지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가진 두 기자가 만난 건 지난 3월이었다. 이미 우한울 선배는 지난해 11월부터 주사제와 경구제의 부작용으로 환자가 숨지는 ‘약화사고’ 취재에 착수한 상태였다. 나는 신생아 4명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숨졌지만, 의료진에 무죄를 선고한 이대목동병원 사건 1심 판결에 의문을 가진 채 올해 3월 탐사보도부에 합류했다.
 
의료분야의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취재는 더뎠다. 영점(零點)을 잡기 위한 논의는 지난했고, 프로젝트는 2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은 약화사고와 감염사고에 관한 다수의 의학논문과 민‧형사 사건 판결문은 물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영점은 ‘약화사고’에서 ‘감염사고’로 다시 ‘환자안전’으로 마침내 ‘통증주사’로 바뀌고 좁혀졌다.
 
이처럼 굴곡 많았던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많은 양심 있는 의료인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윤일규 의원과 감염내과 전문의인 이재갑 교수,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이 도움을 주셨고, 방송에 담지 못했지만, 박병주 서울대 교수와 염호기 대한환자안전학회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렇게 모은 구슬은 결국 보배가 됐다. 사내 기자 대다수가 걱정했던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의료분야를 다룬 난해한 시사다큐멘터리를 들고 두려움과 걱정 속에 타사 메인뉴스와 맞붙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성적표를 받았을 때는 정말 전율을 느꼈다.
 
구슬을 잘 꿸 수 있었던 이유는 어느 때보다 강했던 팀워크 덕분이었다. 제작진 모두는 서로의 고민과 노력을 고스란히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우한울 선배는 고비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길을 만들어내며 팀을 이끌었다. 안용습 선배와 촬영기자 동료들은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했다. 박혜숙 작가는 출산을 앞두고도 녹화장을 누비며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김준석 PD는 프로그램 편집과 데일리뉴스 편집이 겹치는 어려움 속에도 동료들이 취재한 영상을 한땀한땀 수놓아 이번 작품을 완성했다.
 
비록 이달의 보도상을 수상했지만, 이번 보도는 미약한 첫걸음일 뿐이다. 그동안 성역으로 존재했던 의료계에 대한 탐사기자들의 감시와 견제는 이제 시작이고, 우리는 그 출발점에 섰다. 더 많은 동료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와 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