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회 기획보도부문- 가족의 탄생 – 가족을 구성할 권리_EBS 이상미 기자

무너진 정상가족의 신화가족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결혼한 남녀와 그들의 자녀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가족’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족 형태라고 할 수 없다. 4인 가구는 최근 20년 동안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 빈 자리를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채우고 있다. 결혼과 출산과 관련된 통계들도 마찬가지다.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고, 합계 출산율은 이미 1명 이하로 무너졌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온갖 정책을 추진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뚜렷한 효과가 없다. 이 야단법석의 한 가운데 ‘가족’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가족’이라는 닳고 닳은 단어를 붙들고 기획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이 가족의 ‘위기’이자 ‘기회’란 판단 때문이었다. 결혼과 혈연 중심의 ‘정상 가족’의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친구끼리 살아도 서로를 가족이라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했다.
 
우리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가족의 탄생’ 기획 보도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생활동반자 가족부터 1인 가구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꾸린 이들을 만났다.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지만, 법적 가족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당하거나 배제되는 현실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또 ‘정상가족’ 범주의 바깥에서 끊임없이 편견과 싸우고 있는 한부모 가정과 입양 가정의 이야기도 다뤘다.
 
‘가족의 위기’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닥친 필연적인 결과였다.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족으로 인정하는 범위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가족이 되는 방법은 얼마나 획일적인지 보여주고자 했다. 또 정상 가족을 기준으로 설계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담아냈다.
 
다양한 가족향한 차별적 시선 거두고, 있는 그대로 담아내자
 
이번 기획보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특이한 사례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불쌍하게, 혹은 이상하게 바라봐서는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가족 다양성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취재원들 역시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도해줄 것을 전제로 얼굴과 이름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까지 일부 공개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용기를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가족’을 둘러싼 법과 제도, 그리고 인식은 아직도 ‘정상가족’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정상 가족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가족의 위기는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 질문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기획 보도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상상에 힘을 보태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