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회 경제보도부문_한화 3형제 수상한 해외 진출_MBC 남상호 기자

왜 하필 아들의 회사여야 합니까?

 
시작은 제보였습니다. “한화시스템이 한화그룹의 해외 물류를 싹쓸이하려 하고 있다”며 “사실상 아들 3형제의 회사인데 결국 물류도 다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한화시스템의 주 사업 분야는 한화 계열사의 시스템 통합과 소프트웨어 개발이었기에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기초 사실 수집에 들어갔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화시스템에 두 곳의 해외 법인이 생겼고 지난 연말과 연초에 베트남 현지에서 ‘물류’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수상한 베트남 진출
먼저 물류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베트남 현지를 찾아갔습니다. 현지의 한화계열사도, 협력업체도 취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자를 사칭하지 말라’며 연락도 받지 않고 메신저를 차단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한화 내부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기존의 물류 계약을 파기하고 새 계약을 맺은 과정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엄연히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협력업체와 ‘한화테크윈’ 사이의 물류 계약에 억지로 끼어들었습니다. 계약 위반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협력업체를 압박해 계약을 갱신했습니다. 한화 그룹의 힘을 업어 물류를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한화의 주요 해외 거점 물류를 모두 장악하려 한 계획도 짜고 있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한화시스템에 일감을 몰아주려 했던 것입니다.
 
저희는 한화 측이 왜 이렇게 서둘러 무리하게 ‘일감 몰아주기’를 하려고 했는지 그 배경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는 김동관, 동원, 동선 3형제의 승계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였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물류 산업 성공으로 한화시스템의 매출이 늘면 주식가격도 상승해 최종적으로 아들 3형제가 가져가는 몫이 커지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한화테크윈’에서 ‘한화시스템’에 물류를 넘겨주기로 합의한 인물은 2005년 시작된 한화 그룹 승계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규제 준수… 규제 사각지대의 또 다른 말
이번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가 해외에서 추진한 일이라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한화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서울대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CEO 스코어와 함께 주요 대기업 집단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 SK, 롯데 등 10대 대기업집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공정거래법이 적용되기 힘든 규제 사각지대입니다. 법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규제 사각지대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지적하면 대기업들은 효율성과 보안을 위한 선택이라고 반박을 합니다. 그런데 KDI의 최근 분석을 보면 오히려 대기업집단에서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재벌들이 2세, 3세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그룹의 자원을 사적으로 활용하는 부적절한 부의 대물림은 총수 일가의 이익은 늘려줄지 몰라도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묻고 싶었습니다. 효율성과 보안을 위해 중요한 내부거래를 하는 그 기업은 왜 하필 아들과 딸의 회사여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