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회 지역기획보도부문_1.5℃ 비밀, 목조건축_KBS전주 김진희 기자

동서양 목조건축의 비밀로 푸는 지구온난화 열쇠
 
온실가스 이대로라면 금세기 말에는 지구 멸망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은 세계 4위 국가. 이에 비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미약해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까지 듣고 있다. 대한민국 현주소다.
산업혁명 이후 빠르게 진행된 지구온난화. 전 세계 평균온도가 0.75℃ 상승할 때, 대한민국은 1.5℃ 상승, 2배나 빨리 올랐다. 수도 서울은 무려 2.4℃가 올랐다. 한여름에는 열사병으로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한낮 최고기온과 열대야 기록이 해마다 경신되는 걸 기사로 쓰는 일도 어느 순간부터 새롭지가 않게 됐다. 봄가을이 짧아지기는 했지만 4계절이 있는 나라이기에, 때가 되면 더워지고 추워지기 마련이기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더더욱 못 느끼는 것 같다. 육아휴직 동안 인도에서 살아본 경험으로, 한낮 50도에 가까운 살인적인 더위를 몸소 체험해봤기에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더더욱 알리고 싶었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굉장히 취약한 국가라는 것,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대로 유지한다면 금세기 말에는 지구가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 세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세계 곳곳의 노력, 그리고 해법은 없는지 다큐에 긴 호흡으로 담고 싶었다.
 
세계 CO₂절반은 건축물에서 배출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목조건축.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단순히 건축 재료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목조건축을 장려하는 제도를 만들거나, 공공건축물에 목재 사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할 정도도 최근 10년 새 건축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는 시대다. 건축물의 재료를 만드는 과정부터, 건물을 올리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쓰며 생활하는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 이상이 바로 건물에서 나오기 때문에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이 건축계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이산화탄소 30톤 줄이는 세계 최고층 나무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빌딩 건축 현장을 취재하러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했다. 흔히 ‘목조건축’이라 하면 우리 고정관념으로 통나무로 만든 한옥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재도 진화했다. 우리 생활공간이 콘크리트 일색으로 바뀌는 사이, 세계 건축시장에서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해졌고 화재에도 강해졌다. 얇게 자른 나무판들을 서로 다른 방향의 결대로 겹겹이 쌓아 붙인 공학목재. 오스트리아는 CLT라는 공학목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금도 많은 양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바로 이 공학목재로 84m, 24층의 나무빌딩을 쌓아올렸다. 승강기 부분 등을 제외한, 건물 재료의 76%를 나무로 만들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었다. 오로지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드는 건물보다 공사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콘크리트를 굳힐 필요가 없었고, 마치 장난감 레고처럼 공장에서 만들어온 목재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법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공기가 짧아진 만큼 공사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도 줄었음은 물론이다.
 
환경훼손 아닌, 지구 살리는 목조건축
단독주택도 아니고 고층 빌딩을 나무로? 환경훼손 논란은 없었나?
나무를 베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환경훼손으로 보는 우리의 굳건한 인식 탓에, 대한민국에서 고층 나무빌딩과 나무아파트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 해외취재를 하며 만난 취재원들에게, 우리의 고정관념을 설명하며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봤다. 대답은 하나같았다. 다 자란 나무는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하는 게 바로 지구를 위하는 일이라고. 산림의 건강성과 순환시스템을 위해 인간이 마땅히 해줘야 하는 게 바로 숲을 관리하고 잘 이용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은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어린 나무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하며 자라지만, 40에서 50년 정도 다 자란 나무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나무가 늙으면 각종 병충해에 약해지고, 주위 나무들까지 병들게 한다.
그래서 임업 선진국들은 빽빽한 숲속 가로, 세로 10mX10m 공간에서 단 3그루 정도만 남기는 일종의 원칙으로 일부러 ‘솎아베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확한 목재는 건축물 재료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또 하나의 ‘탄소저장고’를 만들고 있었다. 자라면서 흡수한 CO₂중 산소는 내뱉고 벌목 직전까지 먹었던 탄소는 온전히 담아두고 있는 나무의 특성이 바로 온실가스 감축의 해법이었다. UN이 인정한 유일한 탄소흡수원이 바로 산림인 이유다.
 
지진과 화재에 약한 나무… 선입견을 깨뜨려라
목조건축 하면 떠오르는 화재,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마에 무너져 내렸던 ‘국보 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불타는 숭례문… 화재에 약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는 것 역시 취재와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였다. 법률까지 만들어 모든 ‘공공건축물의 목조화’를 추진하는 일본. 지진이 잦은 나라인 만큼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실험들로 설계 방식 등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강도 높은 지진과 화재 실험을 거치며 목구조가 철골 구조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증명해냈다. 9.11 테러 당시 110층의 초고층 쌍둥이 빌딩도 화재에 1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불이 나더라도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최소 3시간은 버티게 설계됐지만 철골 구조가 모두 녹아내리며 빨리 무너진 것이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숭례문 화재와도 비교해봤다. 두 사건 모두 화재 원인은 달랐지만, 불의에 찾아온 재난임은 분명했다. 6백 년 동안 수도 서울을 지켜온 목조건물 숭례문은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화마에 무려 5시간을 버틴 뒤에야 무너져 내렸다. 열 전도율이 낮은 나무의 특성 덕분이었다.
다큐에서 숲의 나무를 왜 관리해야 하는지, 건축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목조건축물에 세계는 왜 주목하고 있는지, 지속가능한 건축 방법이란 무엇이고, 사람이 사는 공간과 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라 나무들도 이제 수확할 나이 ‘벌기령’이 됐고, 숲도 늙으면 아프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천년 고찰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찾아, 문화재 비파괴 검사로 온전함을 실험하며 과거 원조 목조건축 강국이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건물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에너지를 쓰며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 더 건강한 산림과 지구를 위해 개개인의 작은 생각과 인식을 변화시킬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구 온도 1.5℃를 다시 낮추기는 매우 힘들겠지만, 더는 오르지 않도록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없어져 이미 기후 난민이 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금세기 말 진짜 멸망하는 지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지난여름 40도가 넘는 이상기온 속 유럽에서 함께 발 벗고 취재해주신 신재복 선배와, 무량수전 실험을 함께해주신 이전제 교수 연구팀, 스크롤 속 고마운 스텝들, 그리고 KBS전주 보도국 선후배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