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회 뉴스부문_'일제 강제동원' 연속보도_,YTN 한동오 기자

‘지옥’으로 끌려간 소녀들
소녀들의 기억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소녀의 가족은 만주로 끌려갔습니다. 겨울이면 우물도, 강도 모두 얼어붙었습니다. 마실 물이 없었습니다. 꽁꽁 언 얼음을 꽝꽝 깨부숴 녹여도 물이 모자랐습니다. 결국, 아이가 마신 건 소 똥물이었습니다. 소녀의 나이는 8살이었습니다. 
다른 소녀가 있었습니다. 친구와 고무줄놀이를 하는데 잡혀갔습니다. 일본 군수공장에서 실을 뽑는 작업에 동원됐습니다. 실이 끊어지면 매질이 시작됐습니다. 하도 맞아서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습니다. 멍이 가실 때쯤 맞고 또 맞아, 소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천지가 시푸릉뎅이’가 됐습니다. ‘빠가야로 조센징!’ 욕먹는 것도 일상이었습니다. 소녀는 12살이었습니다.
 
‘아동 강제동원’을 바라보다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동원됐습니다. 군인으로, 군수공장 노동자로, 성 노예로 착취당했습니다. 피해가 처참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피해 사실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4살 미만의 아동 피해자도 많았던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아동 강제동원은 1930, 40년대에도 국제법상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제 아흔 안팎의 노인이 된 피해자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광복절을 앞두고 저희가 아동 강제동원을 집중 조명한 이유입니다.
 
일본 극우 인사의 ‘자백 아닌 자백’
강제동원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 부정하는 걸까, 그들의 흔적을 쫓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 씨가 UN에서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발표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발언문을 조사하면서 일본의 극우단체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단체가 이 씨의 UN 발언을 기획했다고 추정됐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인터뷰에 성공했습니다.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이 씨의 논문은 너무나 정확하다. UN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항공료와 숙박비 모두 대줬다” 일본 극우 인사의 자백 아닌 자백은 그렇게 YTN을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11살 때 끌려간 소녀가 공장에서 부르던 노래입니다. 이제 86살이 된 할머니는 손주뻘인 기자에게 그때의 노래를 담담하게 불러주셨습니다.
 
“이 세상 한 금년으로 난 세상이요. 부모형제 이별하고 타향에 나와. 이삼사월 진진해에 백골 못 보고. 오뉴월 더운날에 바람 못 쐬고. 동지섯날 긴긴밤에 밤잠 못 자고. 집에 계신 부모님이 오신다해도. 내맘대로 쓰지 못한 금전이로세. 문방놈아 잡지 마라, 갈길 바쁘다. 기차소리 한번 나면 그만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