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회 기획보도부문_관세장벽의 수호자, 장벽 뒤 민낯 – 관세청 비리 연속보도_SBS 강청완 기자

‘기레기’의 시대, 힘을 냅시다
 
관세청 비리 관련 취재를 처음 시작한 건 지난 2월이다. 일부 직원의 비리 정황이 담긴 SNS 대화내역, 녹취, 사진, 영상을 입수한 뒤 하나하나 퍼즐을 짜맞춰나갔다.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일탈이 아닌, 우리 관세행정의 허술한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고 6달 만에 기사를 썼다. (그 사이 다른 취재와 보도를 병행했다.) 보도 이후 관세청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관련 직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해당 직원들은 현재 감찰과 수사를 받고 있다.
반년이나 걸린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취재후기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공들여 기획한 보도가 나가던 바로 그 주에 핵폭탄급 이슈가 하나 터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이슈다. 자녀의 논문 보도를 기점으로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켰다. 그 후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혀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준비한 보도가 묻혔다고 징징대려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처한 그 상황이 아쉽고 착잡했다. 언론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홍수처럼 넘쳐났다. 청문회가 미뤄지면서 기자들은 들러리를 서야 했고 댓글창에는 조롱과 욕설이 난무했다. 언론의 역할, 위상, 이런 말들이 참 공허했다. 여의도나 서초동 (혹은 과천)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마음이 괴롭고 힘들었다. 길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실 별 도리가 없기도 하지만, 결국 묵묵히 좋은 기사를 계속 쓰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미약하지만 관세청 보도를 예로 들자면, 어쨌든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지른 부패한 공무원들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저렇게 함부로 굴면 언젠가는 걸린다는 경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리의 원인이 되는 허술한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도적인 감시 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공무원 비리의 최종 피해자인 시민에게 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아주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렇다면 우리의 일을 한 셈이다.
사회에 분열과 반목의 언어가 넘쳐나는데 말과 글을 다루는 기자들이 정작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현실이 기자들을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시국에 탐사보도, 기획취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자는 말을 주위 동료들에게 하고 싶다. 세상을 좋게 바꾸는 것, 그게 언론의 역할이고 묵묵히 그 역할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억울하게) 기레기 소리 듣는 이 땅의 모든 기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