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회 지역기획보도부문_물의기억 生命_KNN 진재운 기자

BBC가 규모의 작품이라면, <물의기억 生命>은 미시세계를 장대하게 그려낸 작품
 
사실성을 극대화 한 자연다큐멘터리의 새지평
1년여간 끈질긴 기다림이 만들어 낸 영상 미학의 결정
 
퇴임 후 귀향했던 전직 대통령이 시작한 생명농법이 정확히 10년을 맞았다. 그 곳이 바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며, 그곳을 커버리지에 두고 있는 방송사로서 이만한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든 생명농법의 성과를 영상으로 들춰내보고 싶었다. 생명농법이 시작된 봉하마을의 10년을 종합해보면서 우리사회에 먹거리와 생명의 가치에 대해 조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단순한 기획보도로서의 접근 보다는 생명농법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미시적 세계까지 카메라를 가져가 그 속살을 고스란히 담아내자 했다.
 
여기에는 이를 기르는 농부의 시선으로,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벼의 시선과 사마귀의 시선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접근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담아내느냐였다. 손톱보자 작은 심지어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정도로 작은 피사체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하느냐였다. 눈으로 발견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고, 설령 보인다 해도 어떻게 촬영해 내느냐는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다. 촬영을 성공적으로 해야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 수가 있었다. 이 고민에 결국 두달여를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궁즉통’이라고 했다. 고민이 깊을수록 방법은 의외로 쉬운 곳으로부터 나왔다. 일단 봉하에서 1년을 먹고 자기로 결심한 뒤에 농부들보다 많은 시간을 논에서 보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논이지만 가만히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생명들이 우글거린다. 논이, 논의 생명이 취재진을 받아 들여준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촬영해야 될 생명체를 발견하니 어떻게 촬영할지가 하나씩 정리되 나갔다. 작지만 빠른 놈들이 있는 반면에 은밀하면서도 천천히 움직이는 놈들, 그리고 새벽과 아침 사이의 시기는 이 생명체들이 우리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그리고 기지개를 펴듯 촬영을 기다리는 듯했다.
 
일례로 호랑거미줄에 걸린 사마귀와 호랑거미와의 대결은 우연찮게 포착된 기막힌 롱컷으로 촬영됐다. 싸움은 정말 급하게 전개됐지만 고속촬영으로 정상속도 보다 3배속 천천히 움직이도록 촬영되면서 자연다큐멘터리에서 보기 힘든 마이크로 한 세계의 엄숙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이 과정들에서 촬영렌즈도 직접 제작하면서 움직이는 마이크로 한 세계의 순간들을 포착해 냈고, 그것을 영상으로 구현해 낼 수있었다.
 
지금까지 논과 습지의 생태계에 대한 접근은 있었지만 생명 농법에서 살아난 마이크로 한 세계 속에 살아있는 생명들의 시선으로 접근해 영상으로 구현해 낸 일은 최초의 시도였다. 방송 이전 영화로 개봉되면서 많은 찬사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는 bbc가 규모의 다큐멘터리라면 <물의 기억>은 마이크라 한 세계를 장대하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국내 다큐멘터리의 제작 역량을 글로벌한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 90년대 말 프랑스 영화 <마이크로 코스모스>가 현대판으로 재해석되어 나온 작품으로 지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세계적 수준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콘텐츠라는 해석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