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회 뉴스부문_강제 징용사건 관련 정부 문건 단독 및 연속보도_SBS 박상진 기자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급격하게 한일 관계가 경색되었을 때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하고 있었다. 일본의 신문과 방송도 연일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일본의 방송뉴스 가운데에는 출연 패널들이 한국을 질타하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주된 논리 가운데 하나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과는 모든 사안에 대해 정리를 했는데도 다시 한국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난 봄 귀국 후에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그러자 이 문제를 두고 한일 관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갈등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청구권 협정을 보면 일본의 배상책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의견, 과거 일본 정부도 청구권을 인정했다는 의견, 과거 정부도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의견이 맞부딪혔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공개되었던 문서가 보도되었지만 언론사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영논리에 따른 해석까지 더하면서 무엇이 맞는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해석에 따라 여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 더욱 확실한 팩트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정부 문서는 무엇보다 공신력을 가지는 취재 소재일 것이고 그 문건은 당연히 한-일 관계를 담당하는 외교부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물론 비밀에 속하거나 상대국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입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당장 외교부에 요청을 해서 줄 것도 아니고 국회의원실을 이용해 보려고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인사들의 도움으로 일부이긴 하지만 지난 보수 정권과 현 정권에서 강제징용과 관련해 작성된 외교부 문서를 입수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강제징용 배상 관련 한일청구권 협정 법리검토’라는 문건이었다. 당시 문건에서 청와대는 1995년부터 우리 정부는 개인이 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남아 있다고 해석했다. 2012년 대법원 판결이 당시 정부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가 기존 정부들의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판하는 보수진영의 논리를 뒤집는 내용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다른 문서를 보면 당시 강제징용 판결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는데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을 상대로 핵심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문건 가운데에는 당시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일본 대사관에서 한국 외교부를 찾아 일본기업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외교부 문건도 있었다.
 
그리고 현 정부의 문건에는 강제징용 판결을 위안부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있고 한일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안 사안이라고 분석을 해 놓은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한 일은 강제징용 재판에 대해 시간을 끄는 일과 아직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존 판례를 뒤집으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당시 대법원장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정부도 그런 의미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8개월을 시간을 보내다 지난 6월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을 내는 방안을 일본에 제시했다가 1시간 만에 거부되는 외교적 모욕을 당했다. 더욱이 7월부터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크게 당황하면서 현실적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문건을 가지고 취재하면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이념과 진영에 따라 내용이 해석되지 않으려면 오로지 팩트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시청자와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고민들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김윤수 법조팀장과 부족한 선배를 일깨워주는 팀 동료들, 법조팀을 항상 믿어주는 우상욱 에디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 언제나 든든한 응원군인 가족에게도 기쁨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