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회 뉴미디어부문_청년 프로젝트_SBS 정경윤 기자

청년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공감하고, 그리고 취재한다
 
같은 팀 후배가 8뉴스 리포트를 제작하고 나서 하소연을 했습니다. 새벽부터 인터뷰한 한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를 2분 남짓한 리포트에 잘 담아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리포트는 별 문제 없어 보였는데. 2시간 분량의 촬영본을 보니 무슨 말인지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껏 방송 리포트에서 보지 못했던 일용직 청년 노동자의 일상이 다 담겨 있었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마음에 쫓겨서. 주변을 탓하거나 혹은 언론에 비친 전형적인 모습에 익숙해져서, 나도 언젠가부터 청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나는 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할 방법을 구하지 않았을까.
 
한 청년 노동자의 이야기로 시작한 ‘청년 프로젝트’는 저희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저희 팀은 우선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마치 ‘남의 일’인 양 문제를 단순화시키거나 기계적으로 대안을 찾는, 익숙한 기사의 틀을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그저 효율적(?)으로 기사를 쓰는데 익숙한 저보다는 오히려 후배들이 아이디어가 많았습니다. 기사 마지막 한 줄을 놓고 끊임없이 상의하고, 선배-후배 할 것 없이 서로 지적하며 맘에 들 때까지 고친 적도 많았습니다. 취재 방식이나 기사 방향 뿐 아니라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빚에 취약한 청년들의 실태를 주제로 기사를 쓸 땐, 불법 대출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취재파일을 작성한 뒤, 8시뉴스에는 이 취재파일을 리포트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청년 프로젝트’의 또다른 의미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회사 안팎에선 청년 프로젝트 페이지를 보고 ‘제보 받는 곳이냐’는 질문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저희에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청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려면, 청년들이 단발적으로 불만이나 폭로를 쏟아내는 ‘제보란’보다는,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라디오에서 사연을 소개하듯이, 청년들이 전한 이야기를 주제로 한 별도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취재를 한다, 만약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더라도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 청년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어떤 기사를 쓸지 논의한다’. 이런 논의 과정에서 ‘청년 흥신소’가 나왔습니다. 보시다시피 컨셉 자체는 매우 단순한데, 전반적으로 이런 엉성한(?) 기획을 SBS 뉴미디어뉴스부의 전문가들이 이해하고 하나하나 다듬더니 한달 안에 온라인 페이지로 구현해 냈습니다.
 
사실 지금도 쉽지 않습니다. 제보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름의 취재와 구성, 촬영, 편집을 거쳐 청년흥신소 콘텐츠를 만들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8시뉴스 리포트를 준비하려면 정말 시간이 빠듯합니다. SBS 뉴미디어국의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처럼 영상 구성이나 제작을 위한 시스템, 브랜딩 전략도 사실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기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꾸준히 들어오는, 진정성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저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저희는 새로운 기사를 쓰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고, 그리고 그 첫 발을 뗐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의 여정을 이렇게 큰 상으로 격려하고 응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획에도 저희가 포기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의미있는 기획은 클립이 아니라 페이지로 남는다’며 격려해 주시고, 바쁜 일정 쪼개서 훌륭한 페이지로 답해주신 SBS 뉴미디어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