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회 경제보도부문_日에서 北으로 들어간 ‘불법 밀수출 적발사례’ 단독 입수_MBC 이지선 기자

에서 으로 들어간 불법 밀수출 적발사례단독 입수 보도
 
늘 그렇듯 취재는 아주 평범한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본에서는 북한으로 나간 밀수출 사례가 없었을까?’ 취재원에게 질문을 던지면 어떤 식으로든 답이 왔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꼬리를 무는 질문과 꼬리를 무는 취재원, 꼬리를 무는 답변이 거듭되다 보니 그 끝에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 CISTEC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전략물자 밀수출 적발사례들을 손에 넣었습니다. 한 마디로 자랑을 하거나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취재 과정이었고, 그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궁금증에 대해 남보다 조금 먼저 묻고 조금 빨리 찾아 나섰을 뿐입니다.
 
취재 과정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당시 입수한 자료가 가지는 의미와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주 말을 바꿨습니다.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 무역 기치를 강조했다가 이틀 뒤인 7월 1일, 돌연 한국을 향해 반도체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양국의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 무역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임을 인정했습니다.
 
이 주장은 그러나 며칠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역사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맞선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게 바로 전략물자 밀수출입니다. 7월 6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 수출 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적 있다”고 했고, 다음날 아베 총리도 “한국에서 북한으로 불소가 건너갔을 수 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북한으로 넘어간 밀수출 건이 있었나? 이 걸 핑계로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은 전략물자 밀수출 적발이 없었나? 있다면 일본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밀수출 사례도 있을까?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일본은 심지어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밀수출 적발 건수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에 무려 28건이나 있었습니다. 일본의 공신력 있는 정부 산하 기관의 공식 자료가 아니었다면 저 역시 믿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북한과 더불어 UN 안보리 제재 결의 대상인 이란에 대한 밀수출 적발도 함께 등장했습니다. 일본이 자국의 허물은 덮어놓고 근거도 없이 한국의 수출 관리를 믿을 수 없다며 규제에 들어갔다는 게 황당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의 양자실무협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체 없이 7월 10일, 뉴스데스크 톱뉴스로 보도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MBC가 입수한 것과 동일한 일본 CISTEC 자료를 들고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곧이어 산업통상자원부 박태성 무역정책관(1급 실장)은 대국민 공식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수출 통제 제도의 신뢰성을 폄훼하는 일본 측의 의혹 제기에 반박하며 MBC 뉴스데스크 기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박 실장은 이후 기사 인용 사실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문자로 전해왔습니다.
 
이후 일본은 다시 말을 바꿨습니다. 이번 조치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아니라 ‘자국의 수출 관리 차원’일 뿐이라는 주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한국의 전략물자 밀수출 이야기는 쏙 들어갔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것이 온전히 MBC 보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 제 보도가 단 1할의 영향이라도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보람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