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기획보도부문_전자발찌 1년_KBS 박진영 기자

아이템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지난 6월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탐사보도연수자리였다. 컨퍼런스 과정은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자신이 만든 기사나 보도물을 상연하는 것 위주로 구성됐다. 방송 쟁이다 보니 뉴스나 다큐멘터리 상연에 자연 관심이 갔다. 그런데 성범죄를 주제로 한 ABC 방송 기획물을 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영어가 짧아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방송은 가해자의 얼굴을 체포 단계에서부터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안 되는 영어로 미국 기자에게 물었다. ‘소송 안 걸리나?’ 1편 방송에서 소개된 대로 답변은 ‘일부 성범죄자들이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전부 우리가 이겼다.’였다.
많이 다룬 주제이긴 했지만, ‘아동 성범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는 결심은 여기서 들었다. 마침 방송이 나갈 9월이면 전자발찌를 도입한 지 1년이 된다.
시의성 확보에도 자신이 들었다. 문제는 피해가족을 만나는 것이었다. 남자기자인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접촉은 어려웠다. 성인도 아닌 아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무작정 들이댄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어렵게 한 단 체의 소개로 한 분을 소개받았다.
의의로 어머님이 아닌 아버님이었다. 처음에 2시간 정도 만났는데 나영이가 겪었던 끔찍한 사건과 사법부의 판결 내용 등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내용이 너무 참담해 더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아버님은 두 번째 만났을 때 사진을 보여주셨고, 세 번째 만남에서는 아이를 만나게 해주셨다.
나영이 아버님의 결심이 없었으면, 프로그램이 이렇게 파급력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가장 큰 걱정은 아이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었다. 네티즌 수사대들이 범인의 신원까지 금방 알아낸 마당에 금방 나영이를 찾아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나영이를 취재 한 원본 테이프를 모처에 자물쇠까지 걸어 보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속편을 제작해 야겠다는 결심이 들었고,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고 1주일 보강 취재 끝에 10월 13일 2편이 방송됐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딱 부러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컸다.
방송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나영이’라고 이름을 붙였냐는 것이었다.
실제 피해 아동 이름과 많이 다르고, 부르기 쉬운 이름을 찾다보니 우연히 생각난 것 일뿐  다른 이유는 없다. 실제 나영이란 이름을 가진 아동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까 미안한 생각이 더 들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을 계기로 말잔치가 아닌 실질적인 아동 보호 대책이 나온다면 더 바랄 일이 없겠다.
이제는 프로그램 제작 부서를 떠나서 다시 일선 취재부서로 돌아왔다.
<시사기획 쌈>이 KBS와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시사 다큐멘터리로 남아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