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지역 뉴스부문_가족잔치 공모전부터 가짜 보증서까지… 명장의 민낯_KBS광주방송총국 김호 기자

명장의 민낯
 
명장의 아들이 상 받은 도자기는 아버지 작품?’
“도자기 분야의 명장이 자신의 작품을 아들이 공모전에 출품하게 하고 실제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좀처럼 믿기 어려웠습니다. 명예를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명장의 일탈에 대한 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명장 아들의 공모전 수상작인 도자기에는 지울 수 없는 흔적 하나가 있었습니다. 명장이 자신의 작품에 남기던 ‘호’였습니다.
명백한 증거에도 논란의 당사자인 명장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예 분야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들과 협업으로 만든 작품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취재팀이 작품집 한 권을 꺼내놓자 명장은 뒤늦게 고개를 떨궜습니다. 아들이 상을 받은 도자기가 명장의 작품이라고 소개된 전시전 작품집이었습니다.
나전칠기 분야의 또 다른 명장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생산해낸 제품에 자신의 보증서를 끼워 판매했습니다. 똑같은 제품이 도매시장에서는 반값에 팔리는 현장을 포착한 취재팀에게 이 명장도 공장과의 ‘협업’으로 생산된 제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디자인에 참여하지도 않은 제품도 공장에서 떼 온 뒤 자신의 작품처럼 보증서를 넣어 판매한 사실이 취재팀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보증서 역시 한국관광공사의 허락 없이 쓴 가짜였습니다.
 
명장과 소수 공예인들의 가족잔치 된 공모전
나전칠기 명장은 자신이 지역 공예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일가족의 공모전 대거 수상 논란에도 휘말렸습니다. 시민들의 혈세가 상금 등 지원금으로 들어간, 조합이 주관한 대회였습니다.
명장은 아들과 딸, 사위가 자신의 실력으로 출품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주관한 대회에 일가족이 출품해 상을 차지한 것만으로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충분했습니다. 명장은 자신이 조합의 이사장이던 시절 직접 자기 작품을 출품해 상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두 명장을 계기로 살펴본 공예 분야 공모전의 실태는 심각했습니다. 공예협동조합의 간부들이나 그들의 가족이 상을 나눠먹기한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여러 분야에서의 중복 수상, 특정인의 지속적인 수상 등이었습니다. 실력 있는 공예인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이 권력과 그 주변 소수 공예인들의 잔치로 변질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의 연속보도 이후 공예인들 사이에서도 “일부 명장들을 중심으로 공예 분야에 쌓여온 문제가 결국은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고칠 것은 고치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자신들을 아프게 하는 공예 분야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기간 누구보다도 공예인들이 이번 연속 보도에 관심을 보인 이유입니다.
대다수 공예인들은 좁고 열악한 작업 공간에서 꿈을 키워갑니다. 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채워져야 할 공모전이 일부 명장과 공예인들의 욕심을 채우는 잔치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민들의 혈세로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더욱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취재와 보도 과정에 힘을 보태준 공예인들과 KBS광주방송총국의 선후배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