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지역 기획보도부문_산불 이재민 두 번 울리는 재난행정 _MBC강원영동 김형호 기자

산불 순간부터 지금까지, 피해 주민들과 함께 한 지역방송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취재후기를 쓰는 오늘도 산불 이재민 취재를 하고 오는 길이다.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임시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비가와도 걱정이고, 날이 더워도 걱정이다. 산불이 나던 그날, 산불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지사건물에서 취재를 하면서부터 나에게도 산불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돼 버렸다. 산불이 나고 꼬박 두 달가량을 피해와 복구분야에 취재를 전념하는 사이, 마음 한 곳에 의심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대규모로 피해가 났는데 과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까? 힘 있는 누군가가 이득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공무원은 갑질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의심은 피해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현실이 돼있었다. 주택피해자들의 현황이 담긴 자료를 입수하고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피해지역이 농촌이라 평소에는 갈 일이 없다보니 주소지만 봐서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의심스러운 피해주택부터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해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취재과정에서 지자체가 누락한 부분이 밝혀졌고, 잘못 조사한 부분 때문에 이재민에게 지급된 성금을 다시 뺏는 일도 있었다.
 
더 황당한 건 지자체가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 장관, 정치인들까지 산불현장을 다녀가면서 한마디씩 하다보니 피해조사를 빨리 마무리 짓고, 복구계획을 세우기에 바빴던 것이다. 중앙정부는 국가재난정보 관리시스템(NDMS)에 피해조사를 빨리 입력하도록 기초 지자체를 독려했고, 시군 공무원들은 나중에 다시 검증할 기회가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으로 서둘러 조사를 마쳤다. 그런데 추가 정밀조사는 없었고, 정부에 보고된 피해결과에 따라 복구비와 지원금이 결정돼 버렸다. 지자체는 소위 2중 장부를 만들어 피해복구에서 부족한 돈을 자체 예비비로 충당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부실할 것이 예견된 피해조사
지자체의 잘못된 산불재난 복구행정은 지자체 공무원들마저도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피해 조사를 전면적으로 다시하고, 정부는 기존 재난복구 시스템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속초고성에서 산불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재민들은 피해보상을 받겠다며 한전을 상대로 투쟁을 선언한 상태고, 새로 집도 짓고 사업장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수상은 산불이 발생한 그날 밤부터 지금까지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는 MBC 강원영동 보도국 선후배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취재·영상기자는 말할 것도 없고, 운전기사와 그래픽 요원, 편집요원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뛰어준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끈질긴 보도로 지역방송의 진정한 존재의미를 보여줄 수 있었기에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끝으로, 산불 취재로 정신이 없던 4월말, 홀연히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