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기획보도부문_"심사 받으셨습니까" 의원님들의 주식_YTN 이승배 기자

“의원님, 심사는 받으셨습니까?”
 
주식 백지신탁은 청문회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습니다.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한쪽에선 자격이 없으니 사퇴하라고 공격을 하고, 당사자는 ‘실수’였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청문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 아래로 사라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공식처럼 되풀이됐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 법규 위반은 얼마나 광범위한지 그리고 위반자는 어떤 처벌을 받는지, 방지 대책은 갖춰졌는지 등 같은 추가 논의는 없었습니다. 국회도 그랬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국회의원의 주식을 들여다본 이유도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처음 도입된 건 지난 2005년. 14년 동안 이 제도는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처음엔 위반자가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너 명, 많아야 대여섯 명 정도. 심층적인 논의는 없었대도 정치권에선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86명 가운데 44명, 위반율 51.1%. 주식이 3천만 원이 넘어 심사를 받아야 하는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절반이 규정을 어기고 있었습니다.
 
“심사는 받으셨습니까?”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입니다.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팩스도 보냈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묻고 이마저도 안 되면 의원을 만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런 통계야 관련 부처나 기관에 물으면 되는 거 아니냐.” YTN이 취재에 나서자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자료를 받았더라면 훨씬 작업이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주식 백지신탁과 관련한 자료는 대부분이 비공개입니다. 개인정보라는 이유입니다. 고위공직자는 1년에 한 번씩 재산을 일반에 공개합니다. 여기를 보면 어떤 주식을 얼마나 가졌는지 등이 낱낱이 적혀 있습니다. 보유한 땅과 건물 주소, 그리고 타고 다니는 차 종류와 배기량까지 표시됩니다. 본인은 물론 부인, 자녀들 재산 내용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와 보유한 주식이 이해충돌이 있는지를 가리는 심사, 그 심사를 신청했는지도 공개를 안 하고 있습니다. 위반한 국회의원 44명이 누군지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이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 본인에게 직접 묻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취재 당시, 국회가 동물국회로 변했던 시기와 맞물려서 하루에 답변 하나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곡절이 많았지만, 대부분 의원실에서 답변을 줬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의원실에서 확인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취재해 위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YTN 보도 이후에 작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위반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14년 만에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위반이 확인된 국회의원에 대해 처벌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YTN의 문제 제기로 보완책이 세워진 건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감시와 비판이 필수인데,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백지신탁 심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련성 있음 없음 판정의 근거는 무엇인지, 누가 심사했는지 위원 명단도 공개해야 합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은 계속해서 감시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