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기획보도부문-베트남 한국 비자 불법 발급 실태 연속보도_SBS 강민우 기자

비자 정책의 허점 파고 든 검은 커넥션
 
 비자 받기가 그렇게 쉽다고요?
지난해부터 한국 대사관 앞이 비자를 받으려는 베트남인들로 인산인해라는 소식을 여러차례 접했습니다. ‘일각의 분석처럼 그 이유가 정부의 ‘新남방정책’과 ‘박항서 열풍’으로 높아진 한국에 대한 호감도 때문일까?’ 취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에서 한국 비자 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자 종류에 따라 재정부담 확약서, 납세사실 증명서 등의 제출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새로 신설된 ‘대도시 복수비자(C-3)’는 달랐습니다. 신청 조건이 획기적일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신청인이 대도시(하노이, 호치민, 다낭)에 거주하고 있다는 증명 서류만 제출하면 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서울이나 부산, 인천 거주 주민이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 그리고 17만 원
이와 같은 신청 조건의 비자로 가장 먼저 우려됐던 건 불법체류 악용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6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전체 불법체류자 중 베트남인의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현지 공관은 지정된 3대 대도시의 소득 수준이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불법 체류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체류 가능성을 거주 도시로 판단하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거니와,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한 현실은 현지 공관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건지 의구심을 품게 했습니다. 대도시 복수비자 신청 당시 제출해야 할 서류는 3대 대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호구부(호적)’이나, 타 지역에서 넘어와 그곳에 살고 있다는 ‘KT3(거주증명서)’입니다. 다시 말해, 호구부와 KT3만 잘 위조하면 베트남 어느 지역에 살든 대도시 복수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브로커와 접촉하고 하루 남짓, 우리 손엔 브로커와 유착한 현지 경찰이 직접 발급한 KT3가 들려 있었습니다. 우리 돈 17만 원에 한국 비자 불법 취득의 길이 열렸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브로커들의 검은 커넥션
현지 취재 과정에서 ‘비자 발급 보장형’을 권유하던 브로커의 제안이 국내 브로커 추적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현지 브로커는 자신과 계약하면, 한국에 들어간 뒤 일자리를 주선해주거나 아예 다른 비자로 바꿔 줄 한국 내 브로커를 소개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현지 브로커가 불법 비자 발급 신청자를 국내 브로커에게 연결시켜주는 형태였습니다. 어렵사리 접촉한 국내 브로커 조직은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취업과 중장기 체류가 가능한 난민 비자나 의료관광비자로의 변환을 추천했습니다. 이민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활동 지역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행정사나 변호사 등을 통해 신청 서류 등을 준비했습니다. 연계된 병원에서 ‘이미 결과가 정해진’ 신체검사도 실시했습니다. 심지어, 이민당국의 신청자 심사에 들어가는 베트남어 통역까지 그들의 일원이었습니다. 요즘 신청자 많냐는 질문에 브로커가 미소를 띄며 하던 대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대도시 복수비자 생긴 뒤로 너무 바빠졌다.”
 
베트남은 움직이는데.. 정작 우리는
현지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교민들 중 베트남 내 문서 위조가 횡행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반 교민들도 다 아는 사실을 우리 현지 공관이나 외교부, 법무부가 몰랐을 리 없습니다. 대도시 복수비자의 도입 추진 단계부터 이런 부분을 좀 더 꼼꼼하게 고려했다면, 지금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만큼 수습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그 역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보도 이후 베트남 정부는 즉각 비자 발급 관련 브로커 4명을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대도시 복수비자 신청 조건 일부를 바꾼 것 정도가 그나마 즉각적인 대처였습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현재 양국이 브로커 정보 교환 및 검거를 위한 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자 정책의 허점을 파고 든 한국과 베트남의 브로커. 그 검은 커넥션이 끊어질 때까지 저희는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