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회 경제보도부문_대형 여행사 갑질 연속보도_SBS 최고운 기자

미수라는 이름의 덫여행업계의 하나님을 취재하다
 
자꾸 자꾸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수험생도 아닌데 ‘과외 좀 해주십사.’ 하고 제보자에게 다시 만남을 청했습니다. 하나투어와 현지 여행사들 간 거래 장부를 혼자 해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거든요. 영어와 숫자가 난무하는 그들만의 코드에 숨긴 비밀을 알아내려면 제보자에게 다시 설명을 듣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습니다. 한참 전 회사까지 찾아와서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말해야 하는 자리라 귀찮을 법도 한데, 칠판에 수식까지 써가며 열심인 제보자를 보니 부끄러워졌습니다. ‘더 꼼꼼히 알아봐야겠다.’ 라는 다짐을 하게 됐죠.
 
숱하게 여행을 다녔지만 여행사가 나에게 받아간 돈을 남에게 안 줬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보 내용이 놀라웠습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준다.” “양아치 짓이다.” 제보자들은 하나투어가 여행객들에게 받은 돈을 현지 여행사에 일부만 주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협력사에 줘야할 돈이 얼마인지 추산하기 조차 어렵다고 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 살고 있는 교민들 상당수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게 현실인데, 하나투어로부터 손님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견디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밤낮 없는 보이스톡
‘돈을 받아야 하는 현지 여행사들이 널렸다는데, 하나투어랑 거래하는 현지 여행사가 몇 백 곳이라는데 인터뷰 정도야 뭐.’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하나투어로부터 못 받은 돈이 있다는 곳은 정말 넘쳐났습니다. 접대를 있는 대로 하고도 갖은 횡포에 시달리는데도 인터뷰를 부탁하면 어렵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목소리를 바꾸고, 대역을 쓰겠다는 조건도 소용없었습니다. “하나투어는 여행업계에서 하나님 같아요. 인터뷰한 걸 하나투어가 알면 그나마 보내오는 여행객마저 끊어버릴 거예요.” 겁먹은 여행사 사장들을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해외에 있는 여행사들이라 시차를 맞추려고 밤에도 보이스톡에 매달렸습니다. 아마, 현지 여행사 사장들이 저희 팀을 믿지 않고 입을 닫으셨다면 단언컨대 보도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여행사가 수두룩한데 왜 하나투어만 보도 대상으로 삼았냐는 이야기를 회사 안팎에서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단 하나투어는 여행업계의 공룡이자 압도적인 1등이거든요. 성수기 해외로 보내는 여행객 숫자가 2위 업체와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시장 점유율은 말할 것도 없죠. 하나투어가 차지하는 지위가 확고할수록 ‘갑 질’의 여파도 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하나투어의 대주주가 국민연금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노후가 달린 돈이 투자된 기업인데, 아등바등 먹고 살려 애쓰는 교민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마땅히 줘야할 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쌓아올린 실적이 진짜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에 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하나투어를 이용한 여행객에게 돌아오는 건 알려야하는 게 아닐까?
 
하나투어는 부적절한 관행을 인정하고 회계 법인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5월 10일에 시작한 조사는 당초 6주가 걸릴 거라 했는데 길어지는 상황입니다. 문제가 바로 잡힐지 전 세계 현지 여행사 사장들이 지금도 계속 묻습니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