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회 뉴스부문_故 장자연 사건 관련 윤지오 진술 신빙성 등 연속보도_SBS 박원경 기자

@여론과 언론
우선 저의 불찰로 함께 취재하며 고생한 동료들의 이름을 함께 올리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규명되지 못한 의혹은 새로운 의혹을 낳습니다.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는 사이 여론은 공고해지고, 때론 특정 방향으로 결집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상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故 장자연씨 사건은 의혹이 큰 사건입니다. 미진했던 초동 수사는 숱한 의혹을 남겼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기대가 컸습니다. ‘조선일보 방사장’의 실체가 밝혀질 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해당 문건의 성격이 밝혀질 수 있을지. 의혹 규명 기대 속에 윤지오씨가 등장했습니다.
 

  • 특정 방향의 여론 속 언론의 역할

올해 3월, 언론에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후 윤지오씨는 여론의 중심에 섰습니다. 윤씨의 놀라운 발언에 여론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윤씨가 의혹 규명의 열쇠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공적 기구는 윤씨 발언의 신빙성을 강화시켰습니다. 윤씨의 기억력과 진술의 구체성에 대한 상찬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사이 윤씨 주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의혹 규명을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설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우려스러웠습니다. 윤지오씨의 한 마디에 경찰청장이 사과를 하고, 국회의원들이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설 정도로 윤 씨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지만, 윤 씨에 대한 의문 제기 조차 거세당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러웠습니다.
우려의 단초는 윤 씨 스스로 제공했습니다. 윤 씨의 주장의 과거 사건기록이나 다른 관계인의 주장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윤 씨의 주장을 검증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고한 여론은 부담이었습니다. 관련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 동료 기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고맙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여론이 언론 보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문가로 구성된 공적 기구의 역할

이번 보도를 통해 윤지오라는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는 공적 기구의 역할이 조명되기를 바랐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적 기관은 객관적 증거나 엄밀한 조사보다 여론을 앞세우게 될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해 주고, 여론의 부담에도 취재 내용을 신뢰해 주신 우상욱 사회부장과 김윤수 법조팀장 이하 법조팀 동료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