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뉴미디어부문 수상작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뉴미디어부문 수상작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 추적보도〉

“사람이 또 떨어진다” 추락사 1136명 추적보고서

MBC 남재현 기자

 

지금도 공사현장에서는 매일 한두 명씩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 현실을 알리고 공사현장의 안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법원 판결문 572건과 노동부 재해조사의견서 1,040건을 모으는 데만 5개월이 걸렸습니다. 판결문과 재해조사의견서에 적혀 있지 않은 팩트들도 많았습니다. 전국에 있는 공사현장과 사건 당시 공사 관계자들도 만나봐야 했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보다 사실 확인이 안 되거나 확인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힘들었던 취재였습니다.

“생명줄을 걸 고리만 하나 있었어도…” 살릴 수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
추락사 현장엔 위험한 순간 노동자를 지켜줄 추락방지그물은 고사하고 작업 발판도, 안전 난간도 없었습니다. 생명줄을 걸 고리하나만 있었어도 살 수 있었을 목숨들이었는데…. 법에는 추락사를 막을 방법이 명확히 적혀 있지만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라는 이유를 들어 지키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돈 때문이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 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락사로 재판에 넘겨진 1,399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건 4명, 평균 벌금은 5백만 원이 안됐습니다. 불법재하청이나 무면허시공도 추락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는데 처벌도 조사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나 검찰, 경찰이 조사를 해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탓을 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크게 공감하고 화답했습니다. 기본형을 징역 1년에서 2년 6개월로, 5년 안에 사망사고가 반복되면 최대 10년 6개월까지 형을 무겁게 했습니다. MBC가 대법원에 질의를 했고 논의를 해 보겠다고 한 뒤 나온 조치였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취재자료까지 받아갔던 국토교통부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국토부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시행령도 개정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됐는데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눈에 띄게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바꿔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미약했겠지만, 건설현장의 현실을 시청자에게 알리고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취재였습니다.

보도를 하기까지 꼬박 11개월이 걸렸습니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규희, 김유나, 최성식, 유하영, 이주연 리서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보도였습니다. 기사가 나올 때까지 거의 1년을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준 편집부에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가 많은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묵묵히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동료 기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