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경제보도부문 수상작 〈시사기획 창 ‘회장님의 상속법’〉

제12회 2020 한국방송기자대상 경제보도부문 수상작

〈시사기획 창 ‘회장님의 상속법’〉

이제는 끊어야 할 재벌 편법 상속의 고리

KBS 서재희 기자

 

2020년은 경제계에도 ‘코로나 광풍’이 몰아닥친 해였지만, 세대교체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해였습니다. 선대 경영인의 퇴진, 사망을 계기로 30~40대의 재벌 3세 및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지분 증여도 대거 이뤄졌습니다. 한국의 재벌들이 창업주의 손주·증손주까지 경영권 승계를 이어가는 시점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의 상속과 증여가 정당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입니다.

상속에 여전히 동원되는 ‘작업’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봄, 기업인들이 주식 증여가 ‘러시’를 이루고 있던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재계 서열 13위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입니다. 그는 CJ 지분 일부를 이름도 낯선 ‘신형우선주’라는 형태로 자녀들에게 일부 증여했는데 주가가 떨어지자 이를 취소하고 재증여했습니다. 장남 이선호 씨는 마약 투약 및 밀반입 혐의로 처벌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자숙 기간에 상속을 위한 ‘작업’이 이뤄진 겁니다. 이뿐일까요? 이선호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가족회사 ‘씨앤아이레저산업’ 키우기에 CJ그룹 차원의 인적, 물적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었습니다. 직원 1명, 몇 년간 매출이 아예 없었던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였지만, 수 조 원대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따냈고, CJ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회사도 인수했습니다. 지능화된 형태로 일감 몰아주기가 진행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후계자의 상속에는 다양한 ‘작업’을 동원한 건 CJ그룹만이 아니었습니다. 8억 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국타이어 조현범 사장은 아버지의 지분을 기습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는데, 그 비밀스러운 거래의 이면에는 ‘절세’라는 목적과 회삿돈을 빼돌리는 불법 행위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재벌총수의 민낯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재벌 상속을 감시해야 하는 이유
국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는 재벌 경영권 승계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공정성’과 ‘자질’을 요구했습니다. 중범죄를 저지른 총수 일가의 경영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비율은 90%에 달했습니다. 잘못된 경영권 승계와 상속은 기업에 ‘오너 리스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총수 일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일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로 인식되고, 편법 상속의 원인이 높은 상속세율 때문이라고 왜곡되기까지 합니다. 이같은 오해를 해소하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언론이 재벌들의 행태를 감시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판단의 기초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