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기획보도부문_학교체육개혁특집 운동과 공부 희망방정식_KBS 권재민 기자

올 봄 KBS 스포츠국에 야심찬(?)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학교체육특집조가 만들어졌다. 학교체육의 정상화를 다룬 뉴스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학교체육에 문제가 있었냐고 되묻는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가운데 운동부의 비율은 0.9%에 그친다. 운동부 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학생선수들은 한국 사회의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월드컵 4강, WBC 준우승, 올림픽 금메달 등은 어쩌면 희생의 산물이고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운동부 학생들은 그 화려함에 도취돼 어린 나이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운동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이조차 어른들이 강요했다는 게 맞다. 수업에 참여하고, 부모와 정을 나누고,  친구를 사귀는 정상적인 학생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빼앗은 것은 그 또래가 누려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올 초 출범한 초중고 축구 리그를 특집 프로그램의 계기와 소재로 삼았다. 수업시간에 훈련과 경기를 금지한 초중고 축구리그로 축구부 선수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희망을 찾아보고자 했다. 초중고 가운데 중학교 한 곳을 섭외했다. 중학교 운동부가 변한다면 파급력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도 미칠 것으로 봤다. 그 만큼 학교체육 정상화의 가능 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안양중학교 사례를 발굴한 것은 행운이었다. 안양중은 이미 축구부에 대한 방과 후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리그제 도입은 이런 안양중의 변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학교당국은 물론 지도자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의지도 강했다. 주말리그에 참여한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교사 등 각 구성원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안양중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의 병행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아 사실성과 진정성을 살려줬다. 해외 취재를 통해서는 우리가 꿈꾸는 학생선수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운동부 활동이 교육의 일부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운동부와 일반 학생의 구별은 애초부터 없었다. 다시 말하면 운동부 활동에 대한 진입 장벽이 사라져 운동부 소속 학생이 50%가 넘는 엄청난 저변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학업성적 기준에 미달하면 아예 대회참가를 못한다. 학생선 수들은 운동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강력한 제도로 미국은 학생 스포츠를 정상화했다.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었던 우리 학교체육 개혁에 대한 의구심은 해외취재를 통해 사라졌고 당위성은 더 욱 분명해졌다.
안양중학교의 전국대회 우승은 정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예선에서 두 번 모두 비겨 간신히 16강에 진출했고, 준결승에서 극적인 승부차기로 올라온 안양중이 결국 우승컵을 들었다. 너무 극적이어서 운동과 공부의 병행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훼손돼지 않을까 걱정을 했을 정도였다. 5개 월의 취재기간 안양중 선수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달았다. 학부모들의 공감대도 넓어졌다. 학교당국과 지도자도 개혁에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자평한다.
초중고 축구리그제는 한국 학교체육 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프로그램도 변화 가능성과 타당성, 그리고 약간의 과제를 짚어냈을 뿐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장의 인식 변화 못지않게 제 도와 정책의 변화, 그리고 실천이 절실하다. 4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학교체육법안은 여 야다툼으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 학교체육, 나아가 한국스포츠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취재와 제작에 도움과 조언을 주신 선후배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짧지 않는 기간 성의를 다해 취재에 응해 준 안양중 축구부 학생들을 비롯한 관계자들께는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 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