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회 뉴스부문_발사르탄 발암물질 관련 연속보도_SBS 노유진 기자

6백 만 명이 먹는 고혈압 약, 전부 안전할까?
 
발암의심물질 함유량 알린다더니, 검출법도 없는 식약처
중국의 제지앙 화하이사에서 만든 고혈압약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의심물질인 NDMA가 나왔다고 알려진 건 지난 7월 7일. 식약처의 급작스러운 발표였다. 특히 발표 날이 주말이라 문제의 약을 먹는 환자들은 약을 바꿀 수도 없어 더욱 불안해했다. 2백 여 개나 되는 금지약품 목록을 정리하다가 문득 도대체 이 약에 정말 발암의심물질이 들어 있는 건지 들어있다면 얼마나 들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식약처는 문제를 이제 막 파악했기 때문에 정확한 함유량은 알 수 없지만, 문제의 발사르탄 원료를 밤새 수거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답변했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분석 결과가 나오면 자료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함유량에 따라 약을 먹어서 발생하는 위해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약처 관계자들에게 분석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취재하던 중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연히 식약처가 발암의심물질인 NDMA 함유량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아직 분석을 시작도 못했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알아보니 우리 식약처는 약 원료에서 NDMA를 한 번도 검출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검출법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검증된 검출방법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를 접촉했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제지앙 화하이사를 접촉했더니 실제 식약처가 비밀계약서까지 써주고 발암의심물질 검출 방법을 물어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약에서도 발암의심물질 나올 수 있는데, 검사 안한다고?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제지앙 화하이사가 직접 작성한 문제의 발사르탄 자체 분석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해당 보고서는 발암의심물질 생성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른 약에서도 발암의심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고서에서 발암의심물질의 생성 조건으로 언급한 용매와 화학물질을 동시에 쓰는 약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그때까지만 해도 처음 문제가 된 약 원료만 검사할 계획이었다. 머릿속에 많은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지금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데, 이 약 계속 먹어도 안전 한 거냐고 물어 본 사람들. 식약처가 전수조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6백 만 명 중 누군가는 발암의심물질이 든 약을 계속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보도 이후 식약처는 발사르탄 원료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추가로 3개 업체의 원료로 만든 60개 약에서 발암의심물질이 검출돼 판매가 중지 됐다. 이제 최소한 먹던 약에서 발암의심물질이 나와 약을 바꿨는데, 다시 처방받은 약에서 또 발암의심물질이 나올 일은 없어진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약학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 제지앙 화하이사가 직접 작성한 발암의심물질 검출 분석 보고서는 영어로 작성되기는 했지만, 전문용어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인지 파악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식약처가 발주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식약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에 인터뷰를 해줄 수 없다거나, 연락자체를 피해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발사르탄 원료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보도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