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회 뉴스부문_KT 불법 정치자금 로비_MBC 김지경 기자

KT 불법 정치후원금, 기업국회 결탁의 민낯
 
취재의 시작
MBC 취재팀이 KT 대외협력부서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 왼쪽에는 20대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상임위별로, 오른쪽에는 KT 고위 임원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었다..
정치자금법에는 기업이 정치인을 후원하는 게 금지되어 있는데, 이를 피하려고 KT가 조직적으로 고위직 임원들의 개인 계좌로 의원들에게 불법 로비를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었다. 고액 후원자 명단을 공개하는 기준선이 3백만 원 초과인 점을 감안해, 의원들 한 명당 임원 여러 명의 이름으로, 이른바 ‘쪼개기 후원’이 이뤄졌다.
취재팀은 확보한 명단에 있는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그리고 명단에는 없지만 관련 상임위에 있어서 후원금을 받았을 거라고 추정되는 이들을 만났다. 대다수는 그런 적이 없다거나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는 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KT의 자금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 돌려줬다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확인된 내용을 가지고 다시 KT 관련 임원들을 접촉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돈으로 보냈다고 부인했지만, 결국 회삿돈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KT도 조직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불법후원금을 보낸 사실을 시인했다.
 
계속 늘어나는 불법 정치후원금
확보한 내부 문건에서 후원금이 보내진 시기는 2016년 국정감사 직전, 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으려고 애쓰고, KT가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의 지배주주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였다.
그런데 취재하다보니 비단 2016년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KT는 조직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보낸 것이 2016년에만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지만, 추가 취재를 통해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이런 로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후원금을 보낸 국회의원도 55명에 달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리고 경찰 수사를 통해 이 수치는 더 늘어났다. 지금까지 화인된 것만 KT가 불법 정치후원금을 보낸 국회의원은 90여명, 액수는 4억3천만 원이다. 이 돈을 마련하려고 KT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만 상품권 깡으로 10억 원 넘게 비자금을 만든 사실이 확인됐고, 5억여 원에 대해선 아직 어찌 쓰였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법 정치후원금이 관행?
정치자금법이 국회의원들로부터 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못하게 엄격하게 막고 있는 건, 부정한 청탁과 결탁을 막으려는 목적에서이다. 하지만 KT가 불법 정치후원금을 보낸 국회의원이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90명이 넘는 걸 봐도, 국회의원들은 관행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요구해서 후원금을 받아왔고,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을 만들기 위해 돈을 보내왔다. 이번 보도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국회 후원금 공개 액수의 상한선을 더 내리거나, 정치자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대안 마련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KT에 대한 수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KT 황창규 회장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은 불법 정치후원금에 대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대외협력부서에서 알아서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권 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누구의 지시로 정확히 얼마나 조성됐고, 누구에게 전달되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끝까지 취재하겠다